이때쯤이면 사과가 주렁주렁 많이 달린 사과나무가 눈에 띈다. 크기나 질로 보면 한국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당연한 일이다. 일조량이 적으니 과일이 잘 될 일이 없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설익은 수박을 먹어야했다. 한참이 흐른 뒤에야 눈이 열려 터키 가게에서 한국 수박과 비슷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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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타리 중앙에 있는 사과 조형물과 사과나무 |
많이 달렸지만 알이 작은 사과나무를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들판에는 주인이 없는 것처럼 방치(?)된 사과나무도 많다. 무거운 가지를 늘어뜨린 가로수로도 볼 수 있다. 심지어 멋진 집의 정원수로도 심어져 있다. 처음에 와서 이곳이 낯설었을 때는 욕심껏 따기도 하고 주워도 왔지만, 결국은 먹지를 못했다, 아니 안 먹었다. 공짜라서 일까? 겉보기는 가게에서 사오는 것과 같은데 맛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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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수로서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
프랑크프루트의 마인강 남쪽엔 작센하우젠(Sachsenhausen)이란 곳이 있는데, 오래된 술집들이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 그곳은 바로 사과주(Apfelwein)로 유명한 곳이다. 근방에 사과나무가 많아서일까?
과거 작센지방에 살던 사람들은 대다수가 어부나 제빵기술자, 과수원을 관리하는 서민들이었다. 논두렁에서 막걸리를 마시듯, 전설의 라우자라고하는 아낙이 항아리를 짊어지고 다니면서 그렇게 팔았다고 전해진다. 지금이야 사과주에다가 다양한 맥주의 맛까지 서민들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온 애주가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한잔을 비우지 못하고 맥주로 바꾸고야만다.
나폴레옹이 이곳을 점령한 후 사과나무 밑에 포를 설치했나보다. 오랜만에 포신을 수입하던 그들은 무엇인가 끈끈하게 흐르는 물을 발견하고 맛을 보곤 감탄했었단다. 포신 안으로 떨어졌던 사과가 자연적으로 발효된 것이 바로 사과주의 원조란다.
프랑크프루트에는 황토 술인 사과주를 마시며 관광할 수 있는 화려한 모습의 사과주전차(Ebbelwei-Express)도 있다. 아이와 함께라도 걱정 없다. 무알콜 음료를 대신 주기도 하니까.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전차가 움직이면 저절로 취한 사람처럼 흔들리며 앉아있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사과주전차를 타고 프랑크프루트 중앙역에서 오른쪽으로 마인강을 건너기 전에 옛날부터 배가 많이 드나들었던 '서쪽항구'(Westhafen)라는 지명을 가진 곳이 있다. 그곳에는 사과주를 마시는 잔의 무늬와 닮아 프랑크프루트의 상징 건물로 자리 잡은 둥근 빌딩이 있다. 2003년에 완공되었는데, 서쪽항구타워(Westhafens Hause)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이곳 사람들은 "사과와인잔"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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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쪽항구타워(Westhafens Hause)와 사과주를 마시는 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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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과 빌딩의 무늬가 닮은꼴이다 |
사과를 좋아해서 많이 심었든, 상품화 하기엔 질이 떨어져서 방치했든, 그 사과를 주제로 많은 것을 한다. 사과가 유명한 지역인 것은 틀림없다. 이웃 독일 아저씨한테 물어 보았다. 사과나무가 많은데 왜 관리를 하지 않느냐고? 사과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많이 심었단다. 하지만 제품으로 판매하기에는 너무나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팔 수도 없고 다 먹을 수도 없어서 그냥 방치한다고 한다.
주워다 먹은 사과가 맛이 없는 이유가 아마도 이들이 말하는 제품성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올 가을엔 좋은 것만 골라서 따다가 먹어봐야겠다.
/민형석 독일통신원 sky829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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