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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도 보이고 호롱불도 보인다. 한적한 곳이기에 무덤처럼 꾸며 놓았다 |
자동차는 분명 우리에게 거리감을 좁혀주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동시에 잘 못 사용하면 큰 고통과 슬픔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괴물이 되기도 한다.
유럽의 고속도로에서 100중 추돌이니 뭐니 하는 뉴스를 접하면 '정말 일까?' 라고 생각해 왔지만 언젠가 한국의 서해안 고속도로의 교량에서도 29중 추돌 사고의 경험이 있으니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갈 것이다. 최고속도의 제한이 없을 뿐 아니라, 겨울은 습하고 안개가 자주 끼는 날이 많기에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가 날 확률이 상당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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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도로의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다. 아직 꽃이 싱싱하다 |
한국에선 막연하게 '사망 사고가 많이 나는 지점'이라는 경고문을 볼 수 있지만 이곳은 그런 문구는 볼 수가 없다. 단지 길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작은 십자가를 볼 수 있을 뿐이다. 난 그 십자가를 보면서 섬뜩함을 느낀다. 십자가는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자리에 세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걸 볼 때마다 한 번 더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다.
이 곳 사람들은 사망사고가 나면 그 사망사고가 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작은 십자가를 세워주고 촛불도 켜 주고 꽃도 꽂아 주면서 죽은 영혼을 위로해 준다. 무덤은 아니다. 오직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놓은 작은 십자가일 뿐이다. “사망 사고가 많이 나는 지점”이란 문구는 안전운전을 하라고 하는 명령의 뜻이 담긴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길가의 십자가는 운전자들로 하여금 의도적이진 않지만, 안전운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펜바흐의 어느 사거리에는 죽은 두 아이를 위로하는 30년이나 지난 낡은 십자가가 있다. 이러다간 도로변에 죽은 영을 위로하는 십자가가 줄을 이어 서게 될까,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목숨은 하나다. 간혹 씩 고장 난 자동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반드시 가드레일 밖에 서서 기다리는 운전자들을 본다. 지나칠 정도로 교통규정을 준수하는 이들을 보며 이런 내 걱정이 나만의 노파심같이 느낀다.
길가에 세워져 있는 십자가는 고국의 “사망 사고가 많이 나는 지점”이란 글을 떠 올린다. 지난 젊은 날의 운전에 대한 반성과 운전하면서 지나쳤던 한국의 아름다운 산천을 머릿속에 그리며 이국땅에 살아가는 난 다시 향수에 젖은 채, 마음껏 아우토반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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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오르는 도로가에 새워진 사망사고의 흔적이다 이렇게 나무에 매달아 놓기도 하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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