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갈까? 계획도 없이 무조건 나서 이정표를 본다. 이상재 선생 가옥에 갈까? 한산 모시관에 갈까? 서천 쪽으로 들어서면서 길가에서 파는 과일 앞에 차를 댄다. 아마도 일곱 여덟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과일을 판다. 왠지 사주고 싶은 마음이다. 복숭아를 골랐다.
옆에 있는 아주머니께 이곳에서 볼 만한 곳을 물었다. 한산 모시관이 괜찮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 있단다. 25000여 평의 규모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안내원 없이 그냥 들어서는데 모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온 모양이다. 잡음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조용히 해 달라고 한다.
입구에 전통공방이 있다. 모시풀 재배부터 모시의 제작과정을 볼 수 있으며 농경유물도 함께 전시되어 옛날을 생각나게 한다.
무형문화재이신 아주머니께서 모시 짜기를 재연한다. 방송국 기자의 요구로 노래를 하며 베틀에 앉았는데 노래를 하다가 가사를 잊은 듯 다시 재연한다.
옛날 우리어머니께서 배 짜던 얘기를 해 주신 적이 있다. 너무도 가난하던 시절, 어머니께서 외가에 가서 배를 짜는데 어린아이였던 오빠를 등에 업고 배를 짰단다. 출가외인이라고 외손자인 오빠는 봐주시지 않고 친 손자만 업어주더라고 섭섭함을 표현하시던 어머니, 칭칭 시하, 그 더운 여름날, 밥을 할 때 불을 지펴서 밥을 하느라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땀띠가 쏟아지게 난 것을 보고 혹여 문둥이가 아닐까 걱정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쩌면 그 당시엔 그렇게도 딸을 천하게 여겼을까? 남존여비 사상이 그렇게도 강했을까?
태모시를 만들고, 째고, 삼고, 날기 매기를 그쳐 꾸리를 감고 그 다음에 모시를 짠단다. 씨실 꾸리가 담긴 북을 좌우로 엮어 짜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단다. 잠자리 날개같이 섬세하고 통풍성이 좋은 모시다. 그저 누런 색깔뿐인 줄 알았는데, 진열장 안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색상으로 옷을 만들어 전통적인 민속의류를 만들어 진열되어 있는데 너무나 화려하다.
어머니께서 시집 올 때 남편에게 시원한 모시옷을 만들어 준적이 있다. 아끼고 아껴 장롱 서랍 속에 넣어두었는데 올 여름에는 꺼내어야겠다. 손질하기가 나빠서 입지 않고 넣어두었던 모시옷을 이 더운 여름날 꺼내어 시원하게 입었으면 좋겠다. 인체에도 좋으며 천연섬유로 만든 모시옷을 집에 가면 당장 꺼내어야지…. 까칠까칠한 삼베 이불도 함께.
한산 모시관과 전수교육관을 돌아서 나오는데 작은 모시밭이 보인다. 어렸을 적 모시 잎으로 아주 색깔 고운 떡을 만들던 기억이 있다. 모시송편을 만들 때 어머니께서는 “예쁘게 만들어라. 예쁘게 만들면 잘생긴 신랑을 만난다”고 해서 정말로 정성들여 예쁘게 만들려고 둥글게 굴리던 생각도 난다.
널뛰기를 해보고 싶다. 옛날 생각이 나서 잘 뛸 것 같은데 잘되지 않는다. 아이쿠 무서워라.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마음은 하늘을 날아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뛰면서 먼 옛날을 기억하고 싶다. 모시 잎 만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 이명희 myung76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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