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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고국서 ‘아리랑’ 춥니다”

입력 : 2010-09-14 02:39:34 수정 : 2010-09-14 02: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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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무용가 김명수씨 10월 1∼2일 국립국장서 공연 “어려울 때마다 춤이 저를 살렸습니다. 때론 몸이, 때론 마음이, 때론 영혼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지만 그럴 때마다 제 몸 안에 있는 보물을 하나하나 꺼내듯 안무를 하고 춤을 추었습니다. 이제, 몸도 마음도 춤도 고국에 안착하고 싶습니다.”

소설가 황석영씨의 전 부인으로 1990년 황씨와 함께 북한을 방문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독일, 미국을 떠돌며 망명자 신분으로 살아온 재미무용가 김명수(56·사진)씨가 20년 만에 고국 무대에 선다. 김씨가 2005년과 2006년 뉴욕에서 공연해 화제를 모았던 ‘아리랑(Arirang:Korean Ritual Solos)’이 국립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우수 초청작으로 초청된 것. 미국 활동에 대해 뉴욕타임스 무용평론가 실비안느 골드는 “김명수의 춤에서는 그저 발을 내딛는 것조차 엄청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마치 용암을 가로지르듯 다리를 앞으로 밀어내는 동안에 어깨와 머리가 울리면 바로 그 순간 인체는 정지되는가 하면 흔들린다”고 극찬한 바 있다.

10월1∼2일 세차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아리랑’은 그의 곡절 많은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공연 기획부터 안무, 무대, 의상까지 혼자 직접 챙긴다는 김씨는 “민요 ‘아리랑’이 우리 민족이 300년 이상 불러온 애환의 노래이듯이 망명자로서 조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떠돌아야 했던 고단한 제 과거를 춤과 노래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의 공연은 무대 위 준비된 방에서 의상을 갈아입고 안채, 바깥채를 오가는 독창적인 형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김씨 솔로 무대인 ‘아리랑’은 괘불탱화를 배경으로 한 나비춤을 시작으로 부정놀이(부정한 것을 깨끗하게 하는 춤), 도살풀이(잡귀를 쫓는 춤), 검무(칼춤), 승무(불교의식춤), 태평무(평화의 춤), 살풀이춤(살을 풀어주는 춤) 등 일곱 가지 춤으로 구성돼 있다.

“작품에 승부를 걸었던 20, 30년 전과 달리 요즘의 무용은 형식에 치우치는 감을 많이 받는다”는 김씨는 “한국무용이 살려면 ‘영혼이 담긴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72년 전국무용콩쿠르 발레 솔로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씨는 이화여대 무용과에선 현대무용을 배웠고, 인간문화재 이동안·김숙자·이매방에겐 전통무용을 배워 장르를 넘나드는 무용수로 평가받아 왔다. 황석영씨와 이혼한 뒤엔 미국 하버드대학 등에 출강하며, 링컨센터에서 국제특별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해왔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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