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대부업체 대출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15.3%까지 치솟았다. 1년 전인 작년 6월 말(10.4%)보다 4.9%포인트나 나빠졌다.
이번 조사는 대학생 대출을 취급하는 총자산 100억원 이상 28개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체율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 연체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4년 전인 2008년 6월 말(7.8%)에 비해선 두 배나 악화됐다. 연체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심각했다. 글로벌 위기 이듬해인 2009년의 연체율은 10% 안팎 수준이었다.
이처럼 대학생들이 연체의 늪에 빠지고 있는데도 당국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는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대학생들의 대부업체 대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는 홍보자료를 언론에 뿌렸다. 대출잔액 기준으로 작년 6월 말 721억원에서 올 6월 말 342억원으로 52.6%나 급감했다는 내용이다. 대형 대부업체들이 지난해 8월 자율적으로 대학생 대출 취급 중단을 결의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대학생 대출의 실상은 금감원의 설명과는 큰 차이가 있다. 대출의 양은 줄었지만 질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업체 대출까지 막히는 바람에 더 위험한 사채업자에 기웃거리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생들의 연체율 급등도 이런 대출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금감원이 이런 불리한 내용은 빼고 자기에게 유리한 자료만 언론에 돌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지난달 17일 기존의 청년층 저금리 전환대출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까다로운 조건 등으로 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쓰는 대학생은 11만명, 이 중 3만9000명이 대부업·사채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송호창 의원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들이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대학생 학자금 지원과 저금리 대출 전환을 위한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불법 채권 추심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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