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유보는 한·일 양국관계를 의식한 정치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 취임식 사흘 전에 열린다. 일본 정부가 주최하면 이웃집 잔치에 재를 뿌리는 꼴이 된다. 자민당 2인자인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은 “동북아의 안전보장 환경에 바람직한가”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연립정권 구성을 논의 중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반대했다.
독도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해서 안심할 계제는 아니다. 불씨가 수두룩하다. 위안부 문제가 단적인 예다. 아베 총재는 적확한 반론과 반증을 전개하겠다고 공약했다.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시인한 고노 담화도 뒤집으려 한다.
평화헌법의 폐기 시도도 우려된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헌법개정을 논의키로 했다고 한다.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은 한·일만이 아니라 동북아 긴장 수위를 드높일 악재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교과서의 ‘근린제국 조항’ 폐지 공약도 마찬가지다.
‘어글리 재팬’ 이미지를 지구촌에 각인시킬 작정이라면 몰라도 아베 총재는 서둘러 문제 공약들을 전면 재검토해 쓰레기통에 넣어야 한다.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지 못하는 자폐적인 선동 정치는 파멸을 낳을 뿐이다. 아베 총재 앞에 정치적 결단을 기다리는 숙제가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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