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를 잘못 쓰면 불사(不死)의 내성균이 생긴다.’
지난 20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서 느낀 생각이다. 영훈국제중의 비리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과감하고 조직적이었다. 미리 점찍은 학생을 붙이거나 떨어뜨리기 위해 성적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이사장은 학교돈을 제 쌈짓돈처럼 썼다. ‘귀족학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약속했던 저소득층 장학금도 거의 지급하지 않았다.
이번 감사 이전에도 영훈·대원 국제중은 각각 2차례 감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번의 감사는 오히려 학교의 맷집만 키워준 꼴이 됐다.
영훈국제중이 국제중 전환 첫해인 2009년 받은 감사는 교육청 산하 지원청이 실시한 것으로 기간은 3일에 불과했다. 애초에 일상적 점검차원을 넘어설 수 없는 감사였다. 이듬해 감사원이 위탁한 민원감사에서는 사회적배려자(사배자) 전형 과정에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학생이 선발됐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그 해당 사건만 처리하는 선에서 넘어갔다.
대원국제중도 2010년과 2012년 각각 사배자 장학금 미지원과 내신성적 조작 건으로 감사를 받았다. 그러나 대원은 2011년에도 약속한 장학금의 10%만을 지원했고, 시교육청이 해임 요구를 한 교사에게는 정직 3개월의 처분만 내렸다.
‘하나 마나 한 물감사’가 국제중을 더욱 대담한 복마전으로 키운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교육청은 “지금까지의 문제가 학교 설립목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국제중 인가 취소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가 취소는 더 큰 비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뜻인가.
두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영훈국제중은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이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원국제중 관계자는 억울하다는 말을 한참 늘어놓더니 “중징계는 과하다”고 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글로벌 인재를 조기 양성하겠다는 국제중의 의식 수준이다.
윤지로 사회부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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