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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대통합엔 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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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슈 선제적 대응·관리 필요
힘에만 의존하는 정치 이제 버려야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이 됐다. 새 정부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을 국정운영 기조로 제시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내 ‘100% 대한민국’을 외쳐 가장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됐던 ‘국민 대통합’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와 보수가 총 집결해 싸우면서 이념적 극단화가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대선 결과 충청과 영남이 연대해 호남을 배제할 정도로 망국적 지역 분할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2040세대와 5060세대 간 갈등 구조도 고착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이런 복합 갈등 구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50%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대통령이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해소해 줄 정책, 지역 균형 발전, 그리고 대탕평 인사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서서히 인정받아야 한다. 재원 조달의 어려움이 있지만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복지 확대 약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당선 일성으로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지역과 성별과 세대의 사람을 골고루 등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에게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더불어 국론 분열에 앞장섰던 극우 인사를 청와대 대변인과 같은 새 정부 요직에 임명하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둘째, 국민대통합은 정치와 야당 존중에서 시작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처리와 관련한 취임 1주일 만의 대국민담화에서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원칙과 소신의 정치를 펼치는 것은 좋지만 불통과 오기의 리더십은 국민을 설득하고 경쟁자를 포용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 지역 간·세대 간·계층 간 갈등은 모두 정치를 통해 증폭되기도 하고 조정되기도 한다. 정치 갈등을 줄이면 사회의 모든 갈등은 줄어들 수 있다. 세종시 문제 같이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은 정치로 풀어야 한다.

셋째,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이슈를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사회의 충돌을 막기 위한 선제 대응 및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국무조정실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갈등으로 총 69건을 선정했다. 이 중 원자력발전소 건립 등 ‘국가와 주민’의 갈등이 41개(59.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양교도소 재건축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 16개(23.2%), 낙동강 맑은 물 공급 등 ‘지역과 지역의 갈등’ 12개(17.4%)로 나타났다. 밀양 송전탑 건설과 같이 국가와 주민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민감한 현안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국민통합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이외에도 국정원의 선거 및 정치 개입 논란, 5·18 민주화 운동 왜곡 등을 둘러싼 정치 갈등도 조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새 정부에 두고두고 짐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문제 해결의 단호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정부 3·0’ 시대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3·0’은 공개·공유·협력을 정부 운영의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정부가 이런 가치를 존중하면서 갈등 유발적 사회 현안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소모적 논쟁과 분열은 피할 수 있다. 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 한결같이 국민대통합을 외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교만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과신하고 극단적 이념주의에 매몰돼 힘에만 의존하는 정치를 펼쳤기 때문이다. 국민대통합에는 왕도가 없다. 인사부터 정책, 정치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추고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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