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가벼운 운동 후 샤워 도움
술·카페인·야식 수면 질 떨어뜨려 장마가 끝나고 한밤중에도 숨이 턱턱 막히는 열대야가 찾아왔다. 열대야는 밤에도 최저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인체는 낮에 올라갔던 체온이 밤에 떨어지면서 수면에 들어가게 되는데 열대야는 체온이 낮아지는 걸 방해하고 각성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이 때문에 열대야에는 잠 들기가 어렵고 자다가 깨는 일이 잦아지는 불면증이 나타난다. 이는 만성 피로를 일으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를 극복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고온에 의한 수면부족이 지속될 경우 밤에만 괴로운 것이 아니다. 낮에도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는 열대야 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이런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 불면증으로 볼 수 있다. 불면증에는 밤에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것,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우울감과 스트레스 등 정신적 고통에도 시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더위에 불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열대야 숙면 방법을 숙지해 양질의 수면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열대야에도 잠을 잘 자려면 밤에 몸의 온도를 낮춰야 한다. 초저녁 20∼30분 산책이나 체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운동할 때는 체온이 올라가지만 이후 서서히 떨어져 밤에는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자기 직전 운동하는 것은 오히려 몸과 마음을 흥분시켜 잠을 쫓고 체온을 높여 잠을 방해할 수 있다.
잠자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 체온을 낮추고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의할 점은 찬물 샤워는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찬물로 샤워하면 체온이 낮아지지만 곧바로 몸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 하기 때문에 체온을 높여 숙면에 방해가 된다.
덥다고 과도하게 냉방을 하는 것은 감기에 걸릴 수 있으므로 피한다.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실내 온도는 18∼20도가 적당하고 밤중 냉방은 짧은시간 세게하는 것보다 약하게 오랜 시간 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밤중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낮에도 피곤에 시달린다. 이 경우 3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30분 이상 잠을 자면 밤에 다시 잠못드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한다.
늦게 잤다고 늦게 일어나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다음날 잠자는 시간도 유지하기 힘들다. 열대야로 숙면이 방해되는 여름에도 규칙적인 수면습관이 필요하다.
무더위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초저녁에 가벼운 운동을 하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진은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서울 시민들이 한강변에 나와 더위를 식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여름철 불면증 극복을 위해서는 평소 먹고 마시는 데도 유의해야 한다. 술은 흔히 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잠을 자꾸 깨도록 만든다. 수면의 질을 저해하는 것이다. 체온을 높이고 탈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편안한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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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이 든 커피나 홍차, 초콜릿, 탄산음료 등도 피한다. 카페인의 효과는 길게는 14시간까지 갈 수 있어 오후 시간 이후 카페인 섭취는 숙면을 방해한다. 수면부족에 시달린다면 오전 커피 한 잔 정도가 적당하다. 오후에 지나치게 졸린 경우라면 점심 식후 커피가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담배의 니코틴 성분도 수면을 방해하므로 주의한다. 야식도 멀리해야 한다. 여름철 야식으로 사랑받는 치맥(치킨+맥주), 족발, 피자 등 고열량·고단백 음식은 소화에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도 있다. 수면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함유하고 있는 체리나 호두는 저녁 간식으로 먹으면 숙면을 유도할 수 있다. 우유에 든 칼슘과 마그네슘은 몸을 편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잠들기 전 몸의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캐모마일차는 잠이 드는 시간을 단축해 숙면을 취하도록 돕는다. 흰쌀밥보다 잡곡과 비타민이 많은 채소와 과일 등을 충분히 먹고 신선한 두부 등을 섭취하는 것도 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수면의학센터) 이유진 교수는 “건강한 수면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불면증 등 수면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무작정 수면제를 복용하기보다 반드시 수면전문의와 상의해 치료해야 한다”며 “건강한 수면습관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활기차게 만드는 보약”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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