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NHK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2호기의 경우 적게는 핵연료봉의 몇 %에서 많게는 수십 %가 녹아내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밖으로 얼마나 새어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호기의 원자로에서 많은 양의 방사성물질이 새어 나왔다는 의미”라고 입을 모은다. 세키무라 나오토(關村直人)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2호기는 격납용기에 연결되는 압력제어장치가 손상돼 더 많은 방사능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유출 경로를 빨리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내 방사능 농도가 급상승하면서 냉각기능 정상화를 위한 원전 복구 작업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단 ‘방사성덩어리’인 물웅덩이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1호기의 경우 지하에 설치된 펌프를 활용해 물을 복수기(復水器)로 퍼내는 작업을 벌였고 2호기도 같은 방법으로 제거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3호기와 4호기는 처리 방법을 검토하고 있으나 시간이 필요하다.
도쿄전력 측은 2호기에서 높은 수치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직후 원전 복구작업 중이던 작업원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전원 복구 작업도 26일 저녁 2호기 중앙제어실에 전력을 공급한 이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원전 근해는 ‘죽음의 바다’
원전 오염이 심화되면서 바다 오염도 악화되고 있다. 원전 배수구 남쪽 330m 지점에서 요오드131의 농도가 전날 법정한도의 1250배에서 1850배로 늘었고 세슘134는 117배에서 196배로 늘었다. 문제는 요오드보다 세슘이다. 반감기가 8일인 요오드는 돌아다니는 어패류의 체내에 쌓일 우려가 없으나 세슘은 반감기가 30년이나 돼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세슘이 바다에서 검출된 전례가 세계적으로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어패류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어류가 한곳에 머물지 않고 광범위하게 활동한다는 점도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뉴욕타임스와 전화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 위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수개월은 아니더라도 수주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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