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모(45·사업)씨는 매달 은행에 갚아야 할 이자가 300만원 가까이 된다. 월소득의 30%가량이다. 2008년 서울 대치동의 99㎡(30평)대 아파트를 살 때 은행에서 빌린 4억5000만원에 대한 이자다. 그는 구입 당시 아파트값이 3∼4년 내 20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2010년 4분기 실거래가는 11억원대 후반∼12억원대 초반이다. 12억7000만원에 구입했으니 1억원 가까이 떨어진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는 거래마저 실종됐다.
#2. 장모(38·법무사)씨는 유씨보다 더 급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2003∼09년 연쇄대출로 서울에 아파트 4채를 구입하면서 생긴 빚이 2억3000만원. 고금리 신용대출까지 끼어 그의 이자상환 부담은 월수입 500만원의 60%인 300만원가량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출원금 1억8000만원은 상환시기가 닥쳐 1년 내 모두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장씨는 “성수동 아파트가 1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2. 장모(38·법무사)씨는 유씨보다 더 급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2003∼09년 연쇄대출로 서울에 아파트 4채를 구입하면서 생긴 빚이 2억3000만원. 고금리 신용대출까지 끼어 그의 이자상환 부담은 월수입 500만원의 60%인 300만원가량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출원금 1억8000만원은 상환시기가 닥쳐 1년 내 모두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장씨는 “성수동 아파트가 1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한국 경제가 빚에 갇혀 있다. 가계도, 기업도 빚 함정에 빠져 탈출구를 찾지 못한다. 유씨와 장씨의 한숨 소리는 부동산 빚에 발목 잡힌 가계의 비명이나 다름없다. 그 속에서 천문학적 빚더미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다. 초침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뇌관 끝에선 스파크가 일고 있는 형국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일으킨 불꽃이다. 부동산에 물려 있는 빚은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상환 능력을 상실했고,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인상 기조는 상환 부담을 끝없이 가중시키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자영업자까지 포함한 가계빚은 지난해 말 기준 996조7000억원에 이르고,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357조 6000억원에 달한다. 개인신용평기관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올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중 64조원이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59조원이 1∼3분기에 집중돼 있다.
기업도 고금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이 지난해 말 기준 67조원에 이르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관련 사업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중단돼 건설사들의 목줄을 죄는 상황이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신용경색을 피하고자 무더기로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올해 집중돼 기업들의 자금사정도 심각하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부터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37조9000억원에 달한다. 1분기 만기 물량까지 합치면 올 전체 회사채 만기 규모는 53조568억원에 이른다.
금리인상 기조는 폭탄을 터뜨릴 ‘강력한 불꽃’이다. 금융연구원 분석 결과 기준금리 1%포인트 상승시 가계 추가 이자부담은 6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런 흐름에서 부동산 버블이 한꺼번에 터져버리면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를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를 맡고 있는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나 건설사 부실 PF 모두 단기간에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서서히 줄이되 일자리를 더 만들어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을 키워주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건설사의 숨통이 트이게 하는 방안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최근 취임한 금융당국 수장들이 가계부채와 건설사 부실 PF를 빨리 줄이겠다며 금융권을 상대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점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가계와 건설사에 충격을 줘 오히려 금융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황계식·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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