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직전에 전군에 ‘김정은 대장 명령 1호’를 하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다. 김정은이 내린 명령 1호는 “모든 군사훈련을 중지하고 소속부대로 복귀하라”는 게 골자다. 하달 시점은 19일 낮 12시 사망발표 직전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이 명령에 따라 동계훈련은 중지됐으며, 각급 부대에서는 조기를 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군 내 전파 속도가 늦어 이날 오전 동해안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 등이 예정대로 이뤄지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군 안팎에서는 김정은이 직접 군에 명령을 내린 것으로 미뤄 이미 군권을 장악하고 국정 전반을 지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수령복(福)’, ‘장군복’, ‘대장복’이란 용어로 후계세습을 정당화했던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 대장’이란 명칭은 곧 지도자를 상징한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 사망 후 북한 내부에서 그를 지도자로 추인하는 절차가 비밀리에 진행됐음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김정은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군을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 준 사례로도 평가된다.
문제는 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이전에 하달된 이러한 명령의 내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장소와 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허둥댄 군과 정보 당국이 또 한번 체면을 구긴 셈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군은 김 위원장 사망발표 직전에 예고된 북한의 중대발표가 북·미 대화 재개나 우라늄 농축 포기선언 등으로 짐작했다”면서 “대장 명령 1호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는 “대장 명령 1호는 그 자체로 충격”이라며 “여기에 훈련 중지 등의 내용이 담긴 점을 고려하면 매우 긴급하게 다뤄졌어야 할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의 경우 정승조 합참의장이 이날 예정된 전방순시를 감행했고 사망 발표 이후에야 급거 국방부로 기수를 돌렸다. 김관진 국방장관과 원세훈 국정원장 등이 국회에서 방송을 통해서 사망 사실을 접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김정은 대장 명령 1호의 의미를 간과했다는 얘기다. 군과 정보 당국의 대북 정보시스템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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