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측량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LH로 통합되기 전까지 지적측량업무의 쏠림현상은 거의 없었다. 토공은 100만㎡(보통 아파트 단지 3만∼5만㎡)의 지적측량 실적이 있으면 모두 입찰에 참여하게 해 뽑기를 통해 업체를 선정했다.
이 같은 ‘복불복’식 업체 선정으로 대한지적공사도 입찰에 탈락하는 일이 많았다. 주공은 심사를 통해 업체를 선정했지만 토공에 비해 발주금액이 적어 업체들 사이에 별 불만은 없었다.
문제는 토공과 주공이 2009년 10월 LH로 통합되면서 나타났다. LH는 주공의 심사표를 차용해 ▲지적측량기술자와 장비 보유 현황 ▲3년간 수행실적 ▲지적측량 수행계획서 ▲업체 신용도 ▲최근 3년간 수행평가 결과 ▲권역별 지역 업체 우대 ▲업무중첩도 등을 기준으로 ‘지적측량업 선정 심사표’를 만들었다. LH는 이를 통해 지적측량업 등록업체 모두에게 동등한 참여기회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일부 업체의 수주 독식으로 나타났다. 이는 심사표의 모순 탓이다. LH는 자사가 발주한 측량 업무만 수행실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면 감점하는 ‘중첩도 평가’에서는 자사뿐 아니라 타사 업무도 포함시켰다. 이런 ‘비합리적 평가’ 탓에 150개 측량 업체 가운데 41곳만 LH 업무를 돌아가면서 수주했다.
특히 지사별로 업무 발주가 이뤄지면서 중첩도 평가는 크로스 체크도 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지오서베이는 지난 5월 고양 삼송 택지와 인천영종 1-1단계 사업을 동시에 수주했다. 한양지적측량은 2010년 8월 김포 양곡 택지와 가평읍내2지구, 오산세교1지구를 수주했다. KC&R엔지니어링은 2011년 12월 남양주별내 지구와 전북혁신도시, 인천청라 1-2단계를 수주했고, KC토지정보로 명의를 바꿔 지난 4월과 5월 김포한강신도시와 인천영종1-1단계를 잇달아 수주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지송 사장이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LH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LH의 한 관계자는 “의혹 사항에 대해 면밀히 살펴본 뒤 개선안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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