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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 거리에 팔 다리 잘린 사람들로…"

입력 : 2013-04-17 14:53:51 수정 : 2013-04-17 14: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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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테러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난 보일스턴 거리의 마라톤 결승선 인근은 폭발물 파편과 선혈, 신음 소리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일간 보스톤글로브에 따르면 첫 폭발은 오후 2시50분쯤 마라톤 결승선 수십m 전 코스 왼편에 설치된 관중석 바리케이드 뒤편에서 일어났다. “1000여개의 철문을 동시에 닫는 듯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연기와 먼지가 치솟았다. 대회 참가자들은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2차 폭발은 약 13초 후 코스 뒤편에서 발생했다. 

긴급 지혈 15일(현지시간) 보스턴 마라톤대회 결승선 부근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다친 여성의 다리를 시민들이 지혈하고 있다.
보스턴글로브 제공, 보스턴=AP연합뉴스
자욱한 연기가 걷힌 사건 현장은 끔찍했다. 부상자들이 유리 파편과 잔해물 사이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했다. 고통과 공포의 울음소리에다 경찰관·구조요원들의 외침, 사이렌 소리가 뒤섞여 아수라장이었다. ‘보스턴닷컴’ 스포츠PD로 첫 폭발 당시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던 스티브 실바는 “거리가 온통 유리 파편과 피투성이였다. 울부짖는 사람들 사이에서 팔다리를 잃고 신음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보일스턴 거리를 건너고 있었다는 앤드리아 조지(39)는 “폭발음과 동시에 유리창이 박살나는 소리를 들었다”며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현장을 빠져나가려 사방으로 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폭발물이 결승선 인근에서 잇따라 터져 피해가 더욱 컸다. 현장은 가족과 친구의 완주를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였기 때문이다. 한 관람객은 “내 바로 옆에 서 있던 남자는 무릎 밑부분이 날아가버렸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3명 중 한 명인 8세 소년 마틴 리처드는 이날 결승선을 통과한 아버지를 껴안기 위해 걸어나갔다가 돌아오는 순간 첫 번째 폭발에 목숨을 잃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마틴의 여동생(6)도 이 폭발로 다리 한쪽을 잃었으며 그의 어머니는 머리를 다쳐 뇌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형제가 마틴의 옆에 있다가 사고를 당해 각각 한쪽 다리를 잃은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극심한 혼란과 공포 속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보스턴 시민들은 경기복만 걸친 채 떨고 있는 마라톤 참가자들을 위해 담요와 외투, 가족·친척에게 연락할 휴대전화와 현금, 음식을 건넸다. 맥도날드매장 등 인근 음식점들은 “식비로 낼 수 있는 만큼만 내세요”라는 팻말을 내걸었고 폐쇄된 호텔 대신 묵을 곳을 제공하겠다는 시민도 나타났다. 일부 마라톤 참가자들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병원으로 가 헌혈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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