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대한민국 '속'을 채우자] ② 비정규직 600만시대의 명암

관련이슈 대한민국 '속'을 채우자

입력 : 2013-04-24 09:46:34 수정 : 2013-04-24 09:46: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전체 임금 근로자의 33% 달해
봉급, 정규직의 70% 수준 그쳐
사내 복지도 대부분 소외 당해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해 정부 통계 기준으로 591만1000명에 달한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33.3%로, 길에서 마주치는 직장인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이들은 인기드라마 속 ‘미쓰김’처럼 ‘회사에 얽매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비정규직을 고집하진 않는다. 상당수는 정규직 전환을 원하지만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처럼 어렵다.

최근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분신하고 촉탁직 직원이 자살한 사건에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2007년 ‘비정규직법’(기간제법) 시행으로 오히려 문제만 키운 정부, IMF(국제통화기금) 이후 고용 유연화만 주장하는 기업, 안정적 고용과 고임금을 고수하는 정규직 근로자 사이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곪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을 둘러싼 ‘동상이몽’과 해법을 짚어봤다.


◆같은 일 하고도 비정규직 월급은 정규직의 70% 수준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가운데 자발적 선택비율은 전체의 49.0%로, 정규직(77.2%)에 비해 월등히 낮다. 300인 이상 사업체 비정규직의 자발적 선택비율은 72.5%로 정규직과 맞먹지만, 300인 미만 사업장은 47.8%로 비정규직 평균에 못 미친다. 전체 비정규직의 93.8%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30인 미만의 영세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도 70%대에 이른다.

비정규직이 정규직 전환을 원하는 이유는 수치로 확인된다. 비정규직 평균임금은 174만4000원으로 정규직(246만원)의 70%가량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에는 정규직의 64%까지 하락했다. 정규직과의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가입률 차이는 각각 41.3%, 36.8%, 35.6%포인트로 확대됐다. 

비정규직 국민연금 가입률은 2004년 37.5%에서 지난해 39.0%로 소폭 증가했지만, 정규직 가입률은 두 자릿수로 늘어난 결과다. 게다가 ‘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보다 월급이 적다’거나 ‘힘든 일만 시켜 놓고 대우는 나쁘다’는 등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비정규직 보호가 되레 고용불안 가중

비정규직을 양산한 곳은 기업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기업의 ‘유연한 고용’을 노조나 정부가 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는 2007년 7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해 확산을 막으려 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두려워한 나머지 계약해지율이 50%대로 급증해 고용불안만 커졌다. 개정 비정규직법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기업은 “산업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2010년 11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울산3공장을 점거하면서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춰섰다. 현대차는 당시 울산공장에서 2만7149대 생산차질이 빚어져 2517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 외에 기업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원청업체 업무를 넘겨받은 하청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를 뜻하는 사내하도급 문제는 통상의 비정규직 문제보다 심각하다. 사실상 불법파견이라면 2년 근로 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데 기업이 버텨온 때문이다.

그나마 신세계 이마트가 매장 진열 담당 사내하도급 직원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롯데마트 등 다른 유통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도 최근 24만여명인 공공기관 비정규직 중 상시·지속적 업무직을 2015년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자동차업계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지회)는 모든 사내하도급을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주장하지만, 현대차는 사내하도급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16년까지 사내하도급 35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불법적인 사내하도급만 고쳐 나가겠다는 것. 현대차 측은 “자동차산업 특성상 경기 변동에 의한 수요 쏠림현상이 많아 수요 변화에 따른 공장 간 전환배치가 필요한데도 노조가 이를 반대해 사내하도급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쌓이는 노노갈등…“우린 서로 다르다”


지난 16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기아차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분신을 기도했다. 그는 광주공장 비정규직 460여명 중 한 명으로, 생산직 근로자 채용에 비정규직을 우선 채용해 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장기근속 근로자 자녀를 우대해 달라’는 정규직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박탈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정규직 노조의 ‘유리장벽’에 부닥친 셈이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한때 비정규직 확산을 좌시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월간 노동리뷰’에서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2000년 비정규직 비율 16.9%에 합의함으로써 회사가 공식적으로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게 된 것은 그렇다 쳐도 이후 이 비율이 30%를 넘나드는 동안에도 이를 억제할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업현장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힘든 일을 떠넘기고, 1998년 1만여명 구조조정을 경험한 이후 사내하도급을 고용안정의 방패막으로 바라봤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비정규직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은 정규직 노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대다수 비정규직들에게 현대차 등 대기업 비정규직 문제는 ‘딴 나라 얘기’다. 현대차 비정규직 평균 연봉이 6000만원대로 알려졌는데, 이는 중소기업 정규직보다도 높은 수준인 때문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