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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속'을 채우자] <2부> 상생의 길 ④ 노인 설 곳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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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5-21 19:34:08 수정 : 2013-10-06 20: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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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의 내용은 노인과는 무관한 연쇄살인사건을 다뤘다.
하지만 이 제목은 노인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회의 인식이나 복지체계가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종종 인용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늘어나는 노인 인구만큼 빈곤·건강·고독 등 노인 관련 문제가 속출하는 상황을 빗대는 자조적인 표현으로 자주 등장한다.

10여년만 있으면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이제 ‘선택’이 아닌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필수과제’가 됐다.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고령화의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 본다. 

◆13년 후 국민 10명 중 2명은 노인

21일 안전행정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65세 이상 인구는 598만명으로 총 인구(5095만명)의 11.7%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기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1970년만 해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1%에 그쳤지만 2000년 7.2%를 기록하면서 한국 사회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저출산과 평균수명 연장으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 사회는 4년 뒤인 2017년 고령사회에,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1864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지만, 1979년 고령사회에 진입하기까지는 115년이 걸렸고 이로부터 39년 뒤인 2018년에야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1942년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미국도 고령사회, 초고령사회까지는 72년, 18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05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화사회(1970년)에서 고령사회(1994년)까지 24년, 초고령사회까지는 1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일본의 속도를 능가해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에 고령사회로, 이어 9년 안에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초고속 고령화의 부작용

준비 없이 맞이한 급속한 고령화는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빈곤·건강·고독·무위 등 이른바 ‘노인 4고(苦)’라 불리는 노인 관련 문제들이 속출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노인의 빈곤율은 48.8%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빈곤율(14.3%)의 3.4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3%)의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2011년 말 기준으로 6.2%(37만8411명)에 달해 전체 인구 중 수급자 비율(2.9%)의 2배를 웃돌았다. 2010년부터 시작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대란’까지 겹치면서 노인들의 빈곤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노인의료비도 크게 늘었다. 65세 이상 노인의료비 지출은 1994년 5403억원으로 전체 의료비의 11.2%에 그쳤지만 지난 20년간 급속히 늘어 2011년에는 14조8384억원에 달했다. 전체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32.2%로 크게 늘었다. 역할 상실로 인한 무료감과 고독감은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낳았다.

급속한 고령화는 젊은 세대와의 세대 간의 갈등도 유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6.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이지만, 2020년에는 4.5명, 2040년에는 1.7명, 2060년에는 1.2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양에 대한 젊은층의 부담 증가는 세대 갈등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퇴직연령을 늦추자는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길까 우려하는 젊은 세대와의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노인을 동반자로…일자리가 곧 복지

전문가들은 고령화를 피할 수 없다면 노인을 부양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이자 사회적 동반자로서 접근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정공법이라고 했다.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부 교수는 “고령인구의 증가를 사회문제로 간주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고령자가 가진 경험과 자원을 활용해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적 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근로능력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부양과 복지가 필요하겠지만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노인들에게는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면 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남서울대 이소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은 자아효능감이나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보인 반면 우울감이 낮게 나타났다.

물론 노인일자리의 양적 증가만큼이나 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여율(29.4%)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노인 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일자리가 노인의 소득보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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