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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속'을 채우자] <3부> 나눔의 미덕 ⑤ 제도적 기반을 만들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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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16 21:46:18 수정 : 2013-07-16 21: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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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생명·자원봉사 등 형태 다양…기부문화도 선진국형으로 달라져
월1회 이상 참여자 1.7%에 그쳐…일회성·강제성 탈피할 방안 시급
정부 정책 부처별 분산 개선 필요…"유산 기부·기부연금 마련 추진 중"
“저는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달릴 테니, (여러분은) 아이티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세요.”

규모 7.0의 대지진이 아이티를 덮친 2010년. 영국의 온라인 현금 기부 사이트인 ‘저스트기빙(Justgiving)’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영국의 일곱살짜리 소년 찰리 심슨은 2010년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 이재민을 돕기 위한 온라인 기부사이트 ‘저스트 기빙’에 기부금 모금 메시지를 올려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기부 대상을 찾아 다양한 기부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저스트 기빙 홈페이지
작성자는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도, ‘투르 드 프랑스’ 5연패에 빛나는 미겔 인두라인도 아니었다. 런던 서쪽의 풀햄에 사는 7살짜리 소년 찰리 심슨이었다.

TV에서 아이티 이재민의 참상을 접한 찰리는 어머니에게 ‘어떻게 하면 불쌍한 아이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나요’라고 물었고, 어머니는 유니세프의 5마일(약 8㎞) 자전거 타기 모금 활동에 참가하라고 권했다.

동네 공원을 다섯 바퀴 돌아서 유니세프에 500파운드(94만원)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찰리는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 사연이 언론에 소개된 후 10∼20파운드의 소액기부가 답지했고 총 25만파운드, 우리 돈 약 4억3800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찰리의 기적’이었다.

당시 일곱 살이었던 꼬마가 먼 나라 아이티 이재민을 위해 나선 것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밴 기부문화 덕분이었다. 나눔활동이 순수한 목적보다는 내신성적이나 스펙쌓기용 목적으로 일부 변질된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다.

◆나눔방식 다양해졌지만 1회성에 그쳐

보건복지부 류호균 나눔정책TF팀장은 16일 “과거 쌀과 연탄, 성금 등 물질 위주였던 우리나라 나눔운동도 최근 재능나눔과 생명나눔, 자원봉사 등의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다수의 시민이 소액기부하는 선진국형 기부문화로 바뀌고 있다”면서 “그러나 나눔활동이 여전히 1회성이나 강제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2011년 기준으로 자원봉사자는 전체 국민의 19.8%인 860만명에 달했다. 국민 5명 중 1명은 자원봉사에 참여한 셈이다. 그러나 사회복지분야 자원봉사자 중 월 1회 이상 참여하는 봉사자는 1.7%에 불과할 정도로 지속적이거나 정기적인 나눔활동보다는 1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기부금도 개인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63.5%로 75%에 달하는 미국 등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특히 개인 기부의 86%가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일 정도로 기부 방식이나 대상의 쏠림현상이 심하다.

기업인도 기업주 본인 재산 기부보다는 법인 명의의 사회공헌용 출연이 많다. 그마저도 회사 대표의 면죄부성 기부가 많다. CEO가 거액의 비자금 사건이나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 장학재단 설립 등을 통해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식의 비자발적 기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어렵다.

나눔은 숨어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기부 사실이 공개되면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칭찬하기보다는 비아냥거리며 기부자의 선의를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돈이 많으니 당연히 기부해야지’라는 인식은 나눔실천자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나 존경의 걸림돌이 되고, 기부 의지를 위축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나눔 관련 법률과 정책이 부처별로 분산돼 수혜 대상이 중복되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나눔 형태를 뒷받침하는 제도·법률 정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나눔 확산, 제도화로 뒷받침

정부는 지난해 총리실 주관으로 나눔활성화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1회성, 이벤트성에 그치는 활동을 지양하고 나눔문화 정착을 위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개인기부 중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유산기부 캠페인을 펼쳐 선진국형 기부문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나눔국민운동본부 손봉호 대표는 “우리나라는 극심한 빈곤을 겪다가 빠른 경제발전을 이뤄 기부할 여유가 없었던 데다 재산을 모으면 자식에게 물려주는 문화가 강해 기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외국처럼 유산을 기부하면 상속세를 많이 감면해 주거나 기부자에게 기부연금을 제공하는 등의 세제혜택을 확대해 기부를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 38명의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기부서약(The Giving Pledge)’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영국의 ‘레거시10 운동(Legacy 10)’도 유산의 10%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유언장에 남기는 캠페인으로, 금융컨설팅업체인 핀스버리의 창업자 롤랜드 러드가 출범시켜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과 제레미 헌드 하원의원,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카폰웨어 하우스의 찰스 던스턴,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 등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동참하고 있다. 영국은 유산의 최소 10%를 기부하면 40%인 상속세를 36%로 감면해 준다.

우리나라도 이달 중 경제와 종교, 문화 등 사회각계 지도층이 유산의 10% 이내를 나눔단체에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전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 현금이나 부동산 등을 공익법인 등에 기부하면 본인이나 유가족에게 일정 금액을 연금처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기부연금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올 하반기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기부금액이 2500만원을 초과하면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해 고액기부자가 세금폭탄을 맞는다는 비난이 일었던 기부금 소득공제 제도도 이달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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