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일단 정부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크지만 공약한 그대로 지키려면 증세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국민께 소상히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우리 세대 좋자고 후세에게 막대한 빚더미를 넘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다른 사안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기류도 역력하다. 유일호 대변인은 “공약을 전면 파기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가능한 해법”이라며 “(공약을) 못 지키는 것이 나온다고 해서 다른 것도 못 지킨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이 사퇴설에 휩싸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퇴 결심이) 정치적인 고려는 아니다”고 못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기초연금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세법개정안 사례와 같은 여론의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희국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정부가 던져주는 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진 장관 거취와 관련해 “그런 식이면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에 문제가 있으면 국토부 장관도 사퇴하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복지공약 후퇴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여권을 정면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대통령이 노력도 하지 않고 약속을 뒤집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국민기만 행위이고 그야말로 공약 먹튀”라며 “선거가 끝났으니 사냥개를 버리겠다는 토사구팽적 태도에 불과하다”고 몰아세웠다. 민주당은 26일 정부안이 제출되면, 이를 백지화하고 기초연금 공약의 원안 추진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초연금 논의를 위한 국회 차원의 특위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공약을 못하겠다면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국민에 사과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특위를 통해 기초연금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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