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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 미래다] ⑥ 기업가정신 북돋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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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07 06:00:00 수정 : 2013-11-07 09: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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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실패땐 신용불량”… 기업가정신 금융위기 때보다 위축 ‘기업가정신’은 창업의 밑바탕이다. 기업가정신이 시들면 창업도 활기를 잃고 만다. 창업을 격려하는 새 정부 들어 기업가정신은 오히려 크게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같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이제 위축을 우려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 여파라고는 하지만 창업을 두려워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인의 성실한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재기조차 사실상 용납하지 않는 사회통념부터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 기업가정신 금융위기 때보다 못해


현대경제연구원이 6개월마다 발표하는 기업가정신지수는 올해 하반기 조사에서 100.9로 나타났다. 연구원 측이 매출액 기준 국내 10개 업종의 100대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해 계산하는 이 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넘어 클수록 더욱 양호한 수준을 뜻한다. 100을 간신히 넘어 괜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연구원이 2008년 하반기 관련조사를 시작한 뒤 가장 낮은 수치다. 올 상반기만 해도 2010∼11년 수준인 120대를 회복했지만, 갑작스레 꺾여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09년보다도 못한 지경에 이르렀다. 연구원 측은 “신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업의 의욕은 높으나, 대내외 위험요인이 크면 투자를 추진하지 않는 추세”라고 전했다. ‘수익이 기대되더라도 투자 리스크가 큰 것에 투자를 할 것이냐’는 설문에 ‘아니다’고 응답한 기업이 67.6%에 달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성인 창업의사를 비롯한 경제여건 전반을 평가한 기업가정신에서도 한국은 국제사회에 견줘 낮은 수준이라는 게 재계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기업가정신연구협회(GERA)가 올해 발표한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GEDI)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주요 20개국)에 가입된 선진 40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평가대상국을 수준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했을 때 4등급에 해당돼 사우디아라비아나 칠레보다 낮았다. 이런 생산적인 지표와 달리 부패 등으로 측정한 비생산적·파괴적 기업가정신은 16위로 2등급에 속했다. 규제 장벽과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생산적 기업가정신보다 비생산적 부문을 높이는 결과를 빚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한국이 기업을 경영하기에 척박한 환경인 탓에 기업가정신이 낮을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계은행이 189개국을 대상으로 올해 기업환경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7위에 올랐다.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지난해보다 1계단 더 뛰어올랐다. G20 중 2위, OECD 회원국 가운데는 4위다. 세계적인 회계·컨설팅 법인인 언스트앤영(EY)이 지난 8월 발표한 G20 기업가정신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가장 친기업가적인 국가인 최상위 ‘1그룹’으로 분류됐다. EY가 자금조달 접근성, 기업가 문화, 세제 및 규제, 교육·훈련, 다양한 기업가 지원제도에 대한 설문결과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기업가 문화에서 가장 좋은 점수(2위)를 받았고, 세제 및 규제(3위), 교육훈련(4회)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았다. 이 기업의 한국 법인인 EY한영의 권승화 대표이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은 더욱 친기업가적인 환경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기업인 생생농업유통의 김가영 대표(가운데)가 지난 3월18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대학 캠퍼스를 찾아 창업 도전사례나 기업 경영철학 등에 대한 강연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전파하는 프로그램인 ‘예스(YES)리더’ 특강에 나섰다.
벤처기업협회 제공
◆창업 ‘패자부활전’ 어려운 한국 사회

벤처업계는 창업 실패 후 재기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 사회여건이 기업가정신 쇠퇴의 근본원인으로 지목한다. 여론도 다르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전국의 성인 81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52.1%가 ‘자녀가 창업을 한다고 하면 반대하겠다’고 응답했다. ‘창업에 실패하면 개인 신용불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에 92.2%가 동의했고,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다’에 75.5%가 고개를 끄덕였다. 창업여건이 나쁜 편이라는 응답도 86.4%로 나타났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창업에는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창업 중인 이들을 빼고 조사한 결과 ‘창업에 관심 있다’는 답은 39.6%에 달했고, 구체적으로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이들도 21.7%에 이르렀다. 설문을 진행한 장후석 연구위원은 “대부분 창업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관련된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어려서부터 제공해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사 결과 학교에서 창업과 관련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이는 14.8%에 불과했고, ‘창업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은 17.7%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우수인력의 창업의지를 꺾는 대표적인 제도인 창업자 연대보증과 관련해 정책금융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부터 면제하기로 하는 등 재도전이 보장되는 창업 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벤처업계는 이번 조치가 기업가정신 고취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가 하루속히 민간을 비롯한 금융권 전체로 확대되기를 기원했다. 이밖에 네트워크 접근성, 멘토링, 비즈니스 인큐베이팅(BI)을 비롯한 기업가 지원제도와 자금조달 접근성도 개선이 시급한 대목으로 꼽힌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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