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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희망이다] ① 봉사는 나를 돕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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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2-11 19:54:04 수정 : 2013-12-12 02: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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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푹∼ “남 도우니 내가 더 행복” “무심결에 시작했다가 많은 것을 배웠어요.”(주부 김선희씨·47) “겉으로 볼 땐 남을 돕지만 실은 나를 돕는 일이예요.”(〃 서혜아씨·41) “이웃 사랑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해요. 제가 얻은 게 더 많으니까요.”(〃 박준영씨·36)

6일 서울 성동구 성수2가의 한 커피숍.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고 있는 주부 3명이 한데 모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이들은 서울 성동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소속 가족봉사단 ‘따뜻한 수레’ 운영진이다. 따뜻한 수레는 전국 151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지원하는 373개 가족봉사단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주변의 이웃과 함께할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2006년 설립된 따뜻한 수레가 7년 넘도록 쉼 없이 이웃사랑을 실천해온 원동력은 뭘까.

◆남이 아닌 나를 돕는 일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조리실습실은 따뜻한 수레 회원들로 북적였다. 올 들어 11번째 봉사활동인 김장 담그기 행사였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다듬고, 속을 채우고, 박스에 넣어 포장하는 등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 온종일 계속된 작업이었지만 누구 하나 힘들어하는 표정은 짓지 않았다. 10살 안팎인 어린아이들조차도 묵묵히 김장 담그기에 열중했다.

김 단장은 “아이들의 경우 배추 한 통을 붙들고 씨름하는 모습이 귀엽다”면서 “시간이 더뎌서 그렇지 진지함은 어른 못지않다”고 웃었다. 그는 “매달 넷째주 토요일이 정기 봉사일”이라며 “회원 16가족, 50여명 가운데 31명이 참석해 김치 180㎏을 담갔다”고 덧붙였다.

이날 저녁 서씨의 큰아들(14)은 한부모가정 자녀인 반 친구의 집을 직접 찾아 김치 한 박스를 전달하기도 했다. 서씨는 “아들 녀석이 그날 밤 그렇게 뿌듯해하더라”며 “체력적으로 힘든 봉사를 할수록 보람도 특별하다”고 말했다. 몰론 아들의 선행은 서씨가 사전에 친구 아버지와 연락해 의향을 확인한 뒤 이뤄졌다.

봉사단은 성동구 일대 경로당을 돌며 휑한 벽에 돌담, 장독대 등의 벽화를 그려넣는 작업도 세 차례 펼쳤다.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아 ‘우리한테도 와 달라’는 주문이 몇 건이나 밀려 있다. 국철 응봉역 인근 위해식물 제거, 사랑의 제과·제빵, 장애인과 함께한 봄나들이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10월에는 멀리 경북 안동을 찾아 일손이 달리는 과수원에서 사과따기 봉사를 펼치기도 했다. 28일엔 올해 마지막 활동인 연탄 배달 봉사가 예정돼 있다.

이들이 봉사에 첫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제각각이지만, ‘남이 아닌 나를 돕는 일’이란 점에 한목소리를 냈다. 김 단장의 경우 2006년 남편과 함께 집 근처의 성수동 서울숲공원에 산책 나갔다가 봉사자들을 만난 것이 계기다. 봉사자들은 서울시가 마련한 가족행사에서 스태프로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김 단장은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당장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이듬해 성동구 소식지를 통해 따뜻한 수레를 접한 뒤 결심을 굳혔다. 서씨는 가족 간 갈등으로 힘겨워하던 2008년 봉사단을 접했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 2년 만인 2010년 5기로 합류했다. 김 단장은 “관리, 운영 등 문제 때문에 참여 가족 수가 제한된다”면서 “지금도 10가족이 대기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서울 성동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소속 가족봉사단 ‘따뜻한 수레’ 회원 및 그 가족들이 지난달 23일 한양대 조리실습실에서 불우 이웃에 전달할 김장을 정성스럽게 담그고 있다.
성동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제공
◆가족들이 더 적극적


첫발은 이들이 뗐지만 가족들이 더 적극적이다. 김 단장은 “남편이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봉사단 활동도 좋지만 부인,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단장의 남편은 “특히 톱질 등 남성이 필요한 봉사활동이 있을 때면 매우 헌신적”이라고 서씨가 말했다.

박씨 집에선 열한 살인 아들이 발군이다. 엄마가 다른 일로 봉사 도중 자리를 비워도 아들은 남은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간다. 김 단장을 따라 7년째 봉사단과 함께해온 큰아들(25)은 지난 9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이지킴이 캠페인’을 주도하는 등 어엿한 주축 회원이 됐다. 서씨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봉사도 대를 이어 전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처럼 건강가정지원센터 소속 봉사단은 ‘가족 단위’가 기본이다. 아동, 청소년을 포함한 최소 2명 이상의 가족 구성원을 요구한다. 김 단장은 “최근엔 아버지가 함께할 가족에 선발 시 우선권을 준다”고 귀띔했다. 그는 가족 봉사의 장점에 대해 “좀처럼 대화가 없던 가족 간에 대화할 시간이 마련됐다는 반응이 많다”면서 “나만, 내 가족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이 변한다”고 전했다.

자율적인 운영도 높은 점수를 받는 부분이다. 성동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이윤정 팀장은 “기관 주도형이 아니라 참여자 주도 성격이 강하다”면서 “센터는 사실상 예산만 지원한다”고 말했다. 따뜻한 수레 봉사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김 단장은 “매월 ‘월 단장’을 뽑아 그달의 활동 테마와 계획을 그들 가족이 주도한다”면서 “책임감이 주어지는 만큼 준비도 치열하고 꼼꼼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은희 원장은 “이들 봉사단의 활동을 통해 돌봄을 실천하고, 지역 공동체가 하나로 묶이고, 나아가 가족친화사회를 위한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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