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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평화 새 시대를 연다] DMZ의 미래 獨 ‘그뤼네스반트’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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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28 18:30:49 수정 : 2014-02-13 13: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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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선’을 ‘생명의 띠'로
21일(현지시간) 독일 중부 튀링겐주의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달리자 끝없는 녹지가 펼쳐졌다. 흐리고 비가 간간이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조깅이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지역이니 조심스럽게 운전하라며 사슴과 새 등을 그려넣은 작은 표지판도 종종 보였다. 미트비츠의 고성에 있는 튀링겐 산맥·프랑켄 숲 지역 자연보호센터에 이르자 ‘죽음의 선에서 생명의 띠로’라는 안내문이 나타났다. “‘그뤼네스반트(Gruenes Band·녹색지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에서 생태를 연구하는 슈테판 바이어를 만나 함께 그뤼네스반트 트레킹에 나섰다.

◆희귀동식물의 천국이자 관광자원


과거 철조망 펜스가 동·서독을 40년 동안 갈라놓았던 국경선은 1990년 통일 후 생태지역으로 거듭나며 그뤼네스반트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뤼네스반트는 남북으로 1393㎞ 구간에 이어져 있으며, 폭은 50m에서 최대 2㎞에 이른다.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보다 평균 폭은 좁지만 길이는 더 길다. 그뤼네스반트의 약 절반이 집중돼 있는 튀링겐주는 독일 중심에 자리 잡은 데다 녹지가 많아 ‘녹색 심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특히 ‘체험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의 거점지역 중 하나로 선정된 튀링겐산맥·프랑켄 숲 지역은 생태관광 명소이다.

야트막한 언덕길로 안내한 바이어가 동독의 군용도로였던 ‘콜로넨베크(Kolonnenweg)’를 가리켰다. 1960년대 후반 동독이 차량 순찰을 위해 국경선과 감시탑 사이에 만든 콜로넨베크는 콘크리트 블록 두 줄이 75㎝ 간격으로 나란히 이어져 있는 형태다. 길 옆으로는 서독으로 탈출하는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기 위해 울퉁불퉁하게 파놓은 땅이 보였다. 

통일 전 국경선 서쪽에 별다른 군사시설이 없었지만 동쪽은 탈출을 막기 위한 감시시설과 장애물들이 설치돼 있었다. 콘크리트 블록과 깊게 파인 땅은 이곳의 과거 용도를 알려주는 유일한 단서다. 곳곳에 매설돼 있던 지뢰는 거의 다 제거됐다. 지금은 접경지대의 긴장감 대신 온갖 종류의 풀과 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만 가득한 평화로운 숲이었다. 

사진제공=체험 그뤼네스반트(www.erlebnisgruenesband.de)
바이어는 “한때 군 차량만 지나다니던 이 길이 지금은 트레킹 코스가 됐다”며 “오랫동안 사람들의 통행이 차단돼 동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자연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통일 직후 국경선과 콜로넨베크 사이를 기반으로 설정됐던 그뤼네스반트는 환경적으로 가치 있는 옛 동독 땅으로 점차 확대됐다. 현재 1000여종의 멸종위기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다. 이 지역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초안 책임자로 참여했던 바이어는 “통일 직후인 1990년과 2008년 그뤼네스반트 지역의 사진을 찍어서 비교해봤더니 희귀 동식물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그뤼네스반트는 죽음의 땅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는 특별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독일 생태학자 슈테판 바이어가 21일(현지시간) 튀링겐산맥·프랑켄숲 지역에서 그뤼네스반트 구역임을 알려주는 안내문을 가리키며 이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동독의 군용도로였던 콜로넨베크.
미트비츠=백소용 기자
◆시민 주도로 정부·지자체 함께 참여


통독 직후 국경지역 활용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처음에는 경제적 가치가 우선시돼 통일 후 땅 소유권을 돌려받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환경보호론이 점차 국민 공감대를 얻었다. 통일 이전인 1980년대부터 이미 동·서독 접경지역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한 환경단체 ‘베우엔데(BUND)’는 접경지역 생태 조사를 벌여온 상태였다. 옛 동독에서도 환경단체 주도로 비슷한 조사가 이뤄졌다.

사진제공=체험 그뤼네스반트(www.erlebnisgruenesband.de)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베우엔데는 접경지역이 포함된 여러 주정부와 함께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의 노력이 가시화하면서 연방정부도 그뤼네스반트를 보존하는 활동에 재정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뤼네스반트의 약 30%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거나 국립공원으로 조성했다. 시민단체와 함께 그뤼네스반트 지역의 사유지를 사들이거나 대체 토지로 교환해주며 긴 띠를 잇는 작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연구를 위탁·수행했다. 독일 연방 자연보호청(BfN)의 카린 울리히 박사는 “가능한 한 사유지를 많이 사들여 이제 5% 정도 남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체험 그뤼네스반트(www.erlebnisgruenesband.de)
체험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는 예민하지 않은 동식물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여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곳을 만들기 위해 시작돼 네 곳이 완료됐고 두 곳이 조성되고 있다.

울리히 박사는 “자연보호구역을 점점 더 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보호를 기본으로 각 지역의 전통문화를 살리고 관광객을 모으는 등 지역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트비츠=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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