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후 동해에 머물고 있던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전투정보실(CIC). AN/SPY-1D(V)레이더가 포착한 북한 로켓을 뜻하는 ‘M’자가 스크린에 떠올랐다. 함장은 즉시 마이크를 잡고 암호인 “화이어 볼”을 외치며 경보를 울렸다. 경보가 울리면서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 해군 작전사령부 상황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도 경보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며 궤적이 스크린에 투영되기 시작했다. 취역한 지 4개월 만에 북한 로켓을 세계 최초로 탐지하는 쾌거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반면 세종대왕함과 함께 동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의 이지스함은 세종대왕함보다 1분30초 늦게 북한 로켓을 탐지했다. 심지어 일본은 전날인 4일 시스템 오작동을 일으켜 ‘망신’을 당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북한 로켓 발사를 보고받은 정치지도자가 된 이명박 대통령은 “해군이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크게 기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명품 어뢰인 청상어와 홍상어 등 대잠·대함 무기에서부터 SM-2 등 함대공 미사일, 국산 함대지 미사일까지 120여기의 무기 탑재가 가능하다. 입체적인 작전 수행을 위해 최대 2대의 헬기를 싣는다.
적 항공기나 대함미사일이 다가오면 SM-2가 최대 170㎞ 거리에서 요격에 나선다. SM-2가 요격에 실패하면 램(RAM) 미사일이 맡는다. 최후의 마지노선은 30㎜ 골키퍼 기관포. 분당 4200발의 포탄을 퍼부어 적 항공기와 대함미사일을 파괴한다.
세종대왕함은 그동안 해군의 약점으로 지적된 함대 방공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비해 뒤떨어졌던 우리나라의 신호정보 수집 능력을 향상시켜 정부의 위기대응에 필요한 정보의 질을 높이는 데도 많은 공헌을 했다. 현재 해군은 세종대왕함을 비롯해 율곡이이함, 서애류성룡함 등 3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
박수찬 세계닷컴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