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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과 아름다움 사이… 그대의 속은 섹시하다

입력 : 2014-04-17 20:28:25 수정 : 2014-04-18 09: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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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비비안 강은경 디자인실장이 들려주는 ‘속옷의 세계’
지금 입은 속옷의 색과 무늬를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속옷은 무심결에 선택되고 거의 남에게 보여지지 않는다. 가장 은밀하면서 존재감이 없어야 하는 의류, 속옷의 숙명이다. 그러나 속옷 디자이너는 레이스 하나, 옷감 한 겹을 넣고 빼는 데도 고민을 거듭한다. 남영비비안 강은경 디자인실장은 이 속옷 디자인에 22년을 바쳤다. 입는 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브래지어 끈에서 속옷 하의 밑위 길이까지 그의 손길이 구석구석 가 닿은 셈이다. 그가 이끄는 디자인실의 디자이너만 34명에 달한다. 15일 서울 용산구 남영비비안 사옥에서 만난 그는 속옷 디자인의 핵심으로 균형잡기와 꼼꼼함을 꼽았다.


“속옷 디자이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해야 해요. 편안함과 아름다움 사이에서요. 겉옷은 조금 불편해도 예쁘면 입죠. 속옷은 아니에요. 브래지어를 입었는데 가슴을 안 모아주거나 약간 불편하면 고객이 떠나요. ‘피팅(몸에 맞는 정도)’이 생명이에요. 그렇다고 무한정 편하게 만들면 태가 안 나지요. 브래지어는 컵 위쪽이 많이 파일수록 예쁜데, E컵은 컵을 낮추면 살이 비져나오고 컵을 올리면 예쁘지가 않아요. 이 사이에서 균형점을 잘 찾아야 해요.”

속옷 디자인은 “숲보다는 나무를 돋보기로 보는 작업”이다. 브래지어 컵의 위쪽 장식을 3㎜ 너비로 할지 5㎜로 할지도 신중하게 결정한다. 브래지어에서는 옷의 설계도인 옷본과 완성품이 5㎜ 차이만 나도 업무사고다. 5㎜로 사이즈 단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입는 사람의 나이와 가슴 모양, 처진 정도도 일일이 생각해야 한다. 중년 여성이 선호할 디자인이라면 ‘모아주고 받쳐주는’ 기능을 더 강화한다. 속옷을 디자인할 때는 팔릴 지역도 고려한다.

“전남·광주 쪽은 화려한 원색을 좋아해요. 상큼하고 화려해야지 회색이 섞인 듯한 색상은 별로 인기가 없어요. 경상도에서 개업한다면 빨간색이 많아야 해요. 이 지역, 특히 부산에서는 개업 매장에서 빨간 속옷을 사면 복이 들어온다고 여기더라고요. 또 강남·압구정·청담쪽에서는 70C·70D컵의 브래지어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몸은 날씬한데 가슴은 큰 거죠.”

‘제2의 몸’을 디자인하는 직업이다보니 그는 늘 남의 몸을 보는 습관이 들었다. 여성을 보면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시선이 향한다. 원래 가슴이 큰지, 패드를 넣었는지 정도는 훤히 보인다. 남성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남성의 뒷모습을 보며 ‘런닝 어깨 부분을 저렇게 파면 안 되는데’ 생각하는 게 부지기수다. 스키니진을 입은 남성을 보면 ‘저 안에 뭘 입었을까, 헐렁한 사각은 아닐테고 드로즈겠지’ 하고 상념에 잠긴다.

그가 22년간 속옷을 다루는 사이 속옷문화도 많이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속옷을 무조건 감추지 않는 것. “예전에는 브래지어 끈이 보이면 칠칠치 못하다고 여겼는데 요즘은 오히려 과감히 드러내는 추세”라고 한다. 과거 브래지어 끈이 불가피하게 보일 때는 투명끈을 썼다. 요즘은 일부러 화려한 형광색, 검정 브래지어 끈을 옷 밖으로 빼놓는다.

또 몇년 전만 해도 흰 옷 아래에는 살구색, 베이지색 속옷을 입는 게 정석이었다. 요즘 이러면 ‘나이 들어 보이는’ 차림이 된다. 젊은 층에서는 속이 비치는 셔츠에 일부러 검정색 브래지어를 입어 더 섹시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낸다. 서구화된 체형으로 여학생의 속옷도 달라졌다.

남영비비안 강은경 디자인실장은 “속옷을 입을 때는 사이즈를 맞춰서 입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보정속옷도 안 입은 것만큼 편하지는 않아도 맞는 사이즈를 입으면 몸선이 예쁘게 정리된다”고 조언했다.
남정탁 기자
“제가 입사했을 때 학부모들이 ‘우리 애는 아직 애기야’ 하면서 와이어 없는 면 브래지어를 찾았어요. 요즘은 중학생도 평범한 주니어용 브래지어는 안 해요.”

최근에는 남성 하의의 앞쪽 부피를 키워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남성 하의는 앞부분 부피가 같고 엉덩이 둘레만 차이 났는데, 체형 변화로 불편함을 느끼는 남성이 생겨난 것. 속옷 소재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살에 닿는 건 무조건 면 100%’를 고집했다면 요즘은 텐셀 소재가 인기다. 브래지어 안쪽에 기능성 소재를 쓰는 일도 늘었다. 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레저 활동이 늘면서, 가볍고 빨리 마르고 통기성 좋은 속옷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강 실장은 “속옷은 겉옷처럼 눈에 보이지 않으니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아쉽기는 하다”며 “그래도 드라마에 협찬 제품이 나오거나 판매 사원에게 ‘이 제품, 국민 브라다. 20대부터 50대까지 너무들 좋아한다, 어느 고객은 입어보고 색상별로 달라고 했다’ 식의 얘기를 들으면 보람 있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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