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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주검 끌어안은 엄마 "내 딸, 얼마나 추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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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8 19:12:02 수정 : 2014-04-19 10: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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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은 눈물바다 “내 딸아, 어디 얼굴 한번 보자. (캄캄한 밤에) 얼마나 추웠니, 답답하지는 않았니?”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김모(17)양의 실종이 사망으로 확인된 절망의 순간 엄마는 울분을 터뜨리지도 통곡하지도 않았다. 잠시 숨을 멈춘 뒤 마치 살아온 딸에게 ‘안부’를 묻듯 말을 건넸다. 그리고는 흐느꼈다. 가슴에 묻어야 하는 딸의 짧기만 한 인생이 너무 서글펐다. 4월의 바다보다도 푸르렀을 딸이 살아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은 싸늘한 주검으로 전남 진도 팽목항에 돌아온 18일 오전, 허망하게 사라졌다.

세월호 침몰 시간이 길어질수록 실종자 가족들은 ‘악몽의 밤’을 보내고 있다. 17일 밤부터 18일 이른 오전까지 시신 16구가 한꺼번에 인양되면서 팽목항은 눈물의 바다가 됐다. 며칠 밤낮을 뜬눈으로 지새웠을 가족들은 시신을 덮고 있던 하얀 천을 들추며 잔인하고 끔찍한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인상착의만으로 해경이 사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자 가족들이 팽목항을 찾은 것이다.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항구에 선 가족들은 간절하게 기도를 올렸다. 자녀의 생사 확인을 오매불망 기원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양의 주검을 확인한 가족들의 옆에서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두 눈을 감았다. 김양의 어머니는 “앳된 얼굴의 여고생이 내 딸일 줄이야”라며 이내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그러면서 “물이 들어찼을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통곡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이렇게 온몸이 깨끗하니,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다”며 병원으로 데려갈 것을 호소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간절한 기도 18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실종자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이 구조 관련 방송을 지켜보다가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기도를 하고 있다.
안산=이제원 기자
시신이 들어올 때마다 팽목항의 차갑고 넓은 바다에는 실종자 가족의 뜨거운 눈물이 더해졌다.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 실종자 가족들은 대부분 오열하고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실신했다.

이날 밤 사이 인양된 시신 16구는 가족의 확인을 거쳐 대부분 신원이 밝혀졌다. 신원은 확인됐지만 한때 이들 시신은 팽목항에 장시간 대기 상태로 있어야 했다. 시신을 운구할 차량이 부족해서였다는 설명에 유가족들은 참았던 분노감을 표출해야만 했다.

오전 9시쯤 더 이상의 시신이 들어오지 않자 실종자 가족들은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녀가 살아 돌아올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어서였다. 그렇다고 엄습하는 불길한 마음을 이길 수는 없다. 구조 시간이 더뎌질수록 가족들을 에워싸는 시커먼 마음의 그림자는 짙어져만 간다.

하지만 팽목항에서도 희망의 빛은 꺼지지 않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11시 이후 스마트폰과 현장에 설치된 방송 중계화면, 현장상황 보고 등을 통해 잠수 인력이 선체 내부 진입에 성공했고 공기주입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일부는 생환자가 생기기를 두 손 모아 기원했다.

싸늘한 시신이 돌아온 팽목항은 이날 구조자를 찾는 첫 출발지로 이용됐다. 민간잠수부와 실종자 가족들이 경비정에 탑승해 사고 해역으로 떠나기도 했다.

진도=한현묵·한승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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