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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역린' 현빈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입력 : 2014-04-22 18:14:23 수정 : 2014-04-30 1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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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등 초호화 멀티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은 한국영화 ‘역린’(감독 이재규, 제작 초이스컷픽쳐스,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역린’은 제작비 무려 100억원을 투입한 상반기 최대 규모의 작품으로, 정조 1년 왕의 암살 계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운명의 24시간을 그린다.

실화에 허구를 덧입혔다고 하기엔 너무나 디테일하고 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135분 러닝타임을 꽉꽉 채운다. 이재규 감독의 지휘 하에 제작진은 1777년 7월28일 실제 벌어진 ‘정유역변’ 사건을 모티브로 드라마틱한 ‘하루’를 조명해냈다.

정조(현빈 분)의 목숨이 살수(조정석 분)의 손아귀에 들어가기까지 20시간의 이야기가 2시간 넘게 펼쳐진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앞서 예고한 대로 정조 역 현빈이 화난 등 근육을 뽐내며 등장했고, 비밀을 간직한 상책 역 정재영은 왕의 충실하고 듬직한 신하로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정조를 둘러싼 노론의 암살계획 외에도 상책과 살수, 살수와 월혜(세답방 나인), 살수와 광백(조재현 분), 정순왕후와 혜경궁 홍씨(김성령 분)의 관계가 첨가되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들 곁가지들이 종반부에 접어들면서 매끄럽게 수렴되는 느낌은 없다.

현빈의 왕 연기는 내내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정조 캐릭터는 기대한 만큼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야기의 중심 자체가 왕에게 가 있지 않았고, 그가 서 있는 세트도 초라했다. 이것이 불안정한 왕권을 뜻하는 장치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히려 정재영이 연기한 상책의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며, 그의 비밀과 과거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역적의 아들은 왕이 될 수 없다.”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죽음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암살 위협에 시달려온 정조의 내면과 심리 묘사에 더욱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랬다면 관객들은 정조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숨죽이며 경청하게 됐을 것이다.

멀티캐스팅을 자랑하는 만큼 정조를 필두로 상책, 살수, 정순왕후, 광백, 월혜, 혜경궁 홍씨, 그리고 금위대장 홍국영(박성웅 분)까지 많은 캐릭터들을 내세운 만큼 이들의 비중 배분에 많은 신경을 쓴 듯 보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살수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두 여배우의 희비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조의 젊은 할머니 정순왕후 역의 한지민은 생애 첫 악역 연기를 펼쳤지만 톤이 다소 과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세답방 나인 월혜 역의 정은채는 첫 사극임에도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 첫 장면부터 관객들의 신뢰를 얻어냈다. 정재영 조재현 김성령 박성웅 등은 설명이 필요 없는 관록의 연기로 관객들의 기대에 보답한다.

‘역린’은 많은 스토리와 캐릭터 사이에서 하나의 길로 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헤맨 흔적이 역력하지만, 오랜만에 ‘다모’ 이재규 감독의 스타일리시 사극을 접하길 원하는 관객들의 욕구는 충족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15세관람가. 러닝타임 135분. 4월30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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