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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시신들이 온몸으로 전하는 '그날의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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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4 17:20:57 수정 : 2014-04-24 18: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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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시신들이 온몸으로 전하는 그날의 참상
베테랑 잠수사 "주먹 꽉 쥔 아이들… 가슴 먹먹"
'세월호' 참사 9일 째인 24일 오전 9시35분께. 깃발 날리듯 가누기조차 힘든 거센 물살을 헤치고 구조팀이 세월호 3층 격실로 진입했다.

그동안 100구 이상의 시신이 인양된 선미(배꼬리) 3층에서 또 한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열흘 가까운 시간이 지나 시신은 부분 부분 훼손된 상태였다. 잠수부원은 두 손을 모아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춘 뒤 서둘러 시신을 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육안으로 보니 남학생이다. '고2 학생증'은 이 주검이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임을 알려줬다. 숨진 학생은 한 손에 뭔가를 꼭 쥐고 있었다.

'흰색 휴대전화'. 구조되는 그 순간까지 아이는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누군가의 연락을 간절히 기다린듯 꽉 쥔 손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17살, 앞날이 구만리같은 어린 학생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차마 말못한 억울함을, 그리고 그날의 참상을 온몸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구조팀 관계자는 "대개 휴대전화를 쥔 채 인양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랬을까…"라며 고개를 떨궜다.

시신은 오전 11시께 차디 찬 바다에서 나와 진도 팽목항 간이영안실에 안치됐다.

이틀 전, 세월호 우현 통로 계단. 남녀 고교생 시신 2구가 발견됐다. 둘 다 구명조끼를 입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윗쪽 끈은 각자의 허리에 묶였지만 아래쪽 끈은 서로 연결돼 있었다. 엉킨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묶여 있었다.

이들을 처음 발견한 잠수사 A(57)씨는 "죽음의 공포와 맞서고 악착같이 살기 위해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대개 시신은 배 밖으로 나오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먼저 수습한 시신은 웬일인지 물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며 "'이 아이들이 떨어지기 싫어 그러는가 보다"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한 베테랑 잠수사는 "공포에 질려선지 두 손을 꽉 쥔 채 인양된 아이들이 많다"며 "그럴 때면 내 자식 같은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23일에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 이모(38)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씨는 같은 조선족 한모(37)씨와 설렘 속에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한씨의 언니는 "동생이 세월호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함께 '너무 행복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말문을 잇지 못했다.

목포 한국병원 영안실. 오그라든 팔, 새까맣게 변한 손톱을 지켜본 한 유족은 "탈출하려고 얼마나 발버둥쳤겠느냐"며 고개를 저으며 흐느꼈다.

'여학생, 155㎝, 흰색 반팔 라운드, 검은 청바지, 40㎝ 긴 생머리', '남학생, 180㎝ 추정, 주머니에 안경닦이 , 직모 8㎝, 아랫니 우측 덧니', '여성, 마른 체형, T머니카드, 왼 입술 점 1개, 검은 색 운동복 하의'….

팽목항에는 온종일 가슴을 울리는 시신들이 도착했다. 현재까지 수습된 시신은 모두 171구. 여전히 130여 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들아? 괜찮니? 꼭 살아있어야 해' '안내대로 잘 따라서 와야 해. 얼른 보고 싶구나. 괜찮은거지? ' '사랑해, 모두 다 괜찮을거야'…. 읽지 않은 카톡 메시지 '숫자1'은 오늘도 '팽목의 슬픔'을 더하고 있다.

인양되고도 원혼을 달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목포지역 병원에 안치된 신원미상의 시신 9구도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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