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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 어디 가고 객사… 20억 돈가방 증발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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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2 19:55:18 수정 : 2015-01-20 20: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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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죽음 둘러싸고 의혹 증폭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의 죽음은 많은 수수께끼를 남기고 있다. 홀로 방치돼 몇 주 만에 백골로 변한 시신, 불분명한 사망원인, 사라진 거액의 돈가방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엉켜 있다. 유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그의 도피에 조력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의 증언으로 밝혀질지, 검찰의 향후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회장이 마지막으로 행적을 남긴 것은 지난 5월 25일이다. 검찰은 당시 순천 송치재 별장에 유 회장이 숨어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현장을 덮쳤지만, 30대 여신도인 신모씨에 막혀 체포에 실패했다. 이후 유 회장이 바로 숨졌다고 가정하더라도 시신이 발견된 6월12일까지 기간은 18일에 불과하다. 그 사이에 유 회장의 시신이 과연 반백골화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땅 위에 노출된 시신은 1년이 지나야 연골조직까지 부패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골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온 다습하고 구더기가 꾀면 순식간에 백골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순천 낮 최고기온은 32.8도까지 올랐고, 몇 차례 비가 내려 습도가 매우 높았다. 짐승과 벌레가 많은 산악지역이라는 것도 고려할 점이다. 유 회장의 내부 장기는 발견 당시 구더기에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였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경찰은 1차 부검에서 타살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신은 하늘을 향해 반듯이 누워 있었고 주변에 반항 흔적이 없었다. 유 회장이 독극물을 먹었을 수 있다. 검·경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일가 전체가 국민에게 매도당하고 있었던 만큼 처지를 비관해 외딴 곳에서 자살을 선택했다는 시나리오다. 유 회장은 사기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전력이 있는데, 현재 고령에 예전과 같은 수감생활을 견디기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타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마지막 남은 가능성은 자연사다. 유 회장이 고혈압과 당뇨 등 지병을 앓고 있었고, 평소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곁에는 소주병 2개와 막걸리병 1개가 함께 있었다는 점으로 미뤄 도주에 따른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가 자연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뇨병 환자는 간혹 술을 마시다 저혈당 쇼크를 일으켜 사망하는 일이 있다. 그렇지만 구원파는 유 회장이 평소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유 회장은 도주하면서 현금 20억원가량이 든 돈가방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은 지난 5월 초 송치재 인근 ‘숲속의 추억’이란 별장에 은신하던 당시 인근 땅과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직접 땅 주인을 만나 가방에서 5만원권 현금 뭉치를 꺼내 땅값을 지불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그가 도피 자금을 갖고 다녔고 가방 크기로 미뤄 도피자금을 대략 20억원으로 추정했다.

시신 국과수로 이송 22일 경찰이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 변사체를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구급차에 싣고 있다.
순천=연합뉴스

그러나 6월12일 발견된 유 회장 시신 부근에는 돈가방이 없었다. 유 회장 계열사에서 제조한 스쿠알렌 1병과 술병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를 근거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다. 유 회장이 도피 도중 20억원을 모두 썼거나, 아니면 어딘가에 돈을 숨겼거나, 다른 제3의 인물이 가져갔을 가능성이다. 거액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타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 역시 증발한 돈의 행방을 궁금해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돈가방의 행방은 결국 유씨와 함께 도피하던 구원파 신도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도주 초기 호위 무사 격인 양회정(55)씨 등 구원파 신도들과 함께 생활을 했다. 검찰 역시 유 회장이 구원파 신도들의 조직적인 조력 아래 호화로운 도피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평소에 말린 과일과 유기농 사과, 미네랄 생수를 먹었고, 도피 중에도 구원파 신도들에게 이를 공급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그러나 유 회장이 노숙인과 다름없는 옷차림에 고독사에 가까운 모습으로 발견된 것은 의외이다. 우선 양씨는 5월25일 순천이 아닌 전주에 있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유 회장이 송치재에서 달아나기 전에 양씨와 헤어진 것이다. 이후 유 회장은 검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송치재에서 달아났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숨졌다는 얘기인데, 다만 시신 주변에 술병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혼자 도주했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유 회장이 달아나면서 다른 것은 놔두고 술만 챙겨 갔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유 회장이 다른 구원파 신도들과 도망쳤지만, 어떤 이유로 숨지자 신도들이 그의 시신을 남겨두고 도망갔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유 회장과 함께 도피할 만큼 충성심 높은 신도들이 그를 방치해두고 사라졌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져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이 커지고 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지난 5월 25일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에 대하여, 유 전 회장이 밀항이나 정치적 망명을 시도하거나 정관계 로비나 비호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금수원 내에는 지하터널이나 지하벙커가 없음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되어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유병언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4대보험이나 국민연금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청해진해운 회장이라고 할 수 없으며, 유 전 회장이 세월호 내부 증개축을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유 전 회장의 세모그룹은 1997년 부도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정 관리를 받았으며, 김혜경 씨 등 특정 개인이 유 전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한 사실이 없으며, 경기도 안성, 경북청송 제주도, 경북 봉화, 울릉도 등의 영농조합들은 유 전 회장 소유가 아닌 해당 조합원들의 소유이며, 유 전 회장은 ‘김혜경이 배신하면 구원파는 모두 망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국과수를 통해 유 전 회장의 사망 시점이 확인됨에 따라서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조직적으로 도왔거나 ‘김엄마’와 ‘신엄마’가 도피 총괄 지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와 이를 확인하였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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