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호텔에서 만난 조길수(60·사진) 성우엔지니어링 대표이사의 자부심 어린 발언이다. 그는 1976년부터 2006년까지 통일중공업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기관총과 발칸포, 장갑차에 쓰이는 변속기 등 다양한 방위산업 제품을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 2000년 초반에는 통일중공업 연구소장을, 2013년 8월까지는 TIC(티아이씨) 대표이사를 지냈다.
조 대표는 15쪽짜리 흰색 브로셔를 꺼내들고 설명을 이어갔다. 브로셔에는 2000년까지 통일중공업이 개발한 방위산업 제품의 사진과 설명이 담겨 있었다. 손이 첫 장부터 멈췄다. 최대 사거리 6765m, 분당 최대 600발까지 쏠 수 있는 K6 중기관총 관련 내용이었다.
그는 아덴만에서 소말리아 해적 퇴치 작전을 펼쳤던 청해부대 함정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이어 “거기(함정)에도 K6 중기관총이 장착돼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K6 중기관총은 기계화부대의 전차나 장갑차 등에 탑재돼 운용되지만 함정 간 근접전투 시에도 사용된다. 연평해전에서 사용했던 40㎜ 발칸포는 서울 수도방위 등 주요 군 시설과 비행장 등에서 쓰이고 있다.
통일중공업은 산탄 공기총을 만들다 1973년 국가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후 본격적인 방산품 개발과 생산에 들어갔다. 조 대표는 “당시 대한민국은 방산품 관련 기술이 전무한 실정이었다”며 “통일중공업은 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방산품 개발은 녹록지 않았다. 발칸포를 개발해 시제품을 만들고 신뢰성 실험 등을 해 실제 생산하기까지에는 3년 이상이 걸렸다. 그렇게 통일중공업은 12.5㎜ 중기관총, 항공용 20㎜ 기관포, 30㎜ 대공포, 군장갑차, 자주포용 변속기 등을 개발해 군에 공급하는 등 방산 원조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창원=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