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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수익은 바닥…CEO 연봉 '세계 최정상급'

입력 : 2014-09-28 20:57:01 수정 : 2014-09-28 22: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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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수익성 강화 실패에도
10년새 연봉만 5~8배 늘어
국내 은행들의 영업 행태는 ‘우물안 개구리’ 신세지만 최고경영자(CEO) 연봉만큼은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 상위권 은행의 최고 3배에 달한다. 글로벌화와 수익성 강화에 실패했으면서도 CEO 연봉은 몸집이 5∼8배에 달하는 일본의 글로벌 은행들은 물론 세계 4위인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보다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얼마 전에 만난 일본 당국자들이 국내 금융그룹 CEO 연봉을 듣고 깜짝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수익은 10분의 1, 보수는 2∼3배


28일 한·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일본 1위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히라노 노부유키(平野信行) 지주 사장 겸 은행장의 지난해 연봉은 1억2500만엔이었다. 일본 2위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의 오쿠 마사유키(奧正之) 지주 회장은 1억2200만엔, 일본 3위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을 이끄는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博) 지주 사장 겸 은행장은 1억1600만엔이다. 지난해 말 원·엔 환율(100엔당 1005원)로 환산해 보면 일본 1∼3위 금융그룹 CEO의 연봉은 11억∼12억원 선이다.

국내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의 연봉은 이들의 2∼3배에 달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기본급·상여금으로만 13억4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성과연동주식 3만9580주(연말 종가 기준 17억4000만원)를 전부 받는 것으로 가정하면 연봉이 30억8000만원이다. “성과연동주식은 경영 성과에 따라 2016년에 지급 규모가 결정된다”고 하나금융 측은 설명했다. 김 회장은 연봉이 많다는 지적에 30%를 자진 반납했다. 비슷한 구조로 신한금융 한동우 회장은 28억2000만원,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28억9000만원, KB금융 회장 연봉은 22억3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신한금융 측은 “성과평가체계를 바꿔 올해는 최대 40%까지 경영진 연봉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은행 몸집과 수익을 감안해 지난해 CEO 연봉을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국내 3개 금융그룹의 지난해 자산과 세전 순이익은 하나금융 2800억달러·12억달러, 신한 2950억달러·25억달러, KB 2770억달러·17억달러다. 기본자본 기준으로 세계 순위는 KB 68위, 신한 69위, 하나 84위다. 일본 3개 금융그룹의 자산과 순이익은 미쓰비시UFJ 2조4510억달러·147억달러, 스미토모미쓰이 1조5340억달러·135억달러, 미즈호 1조6700억달러·94억달러다. 세계 순위는 각각 10위, 17위, 21위다.

국내 금융그룹의 자산과 순익 모두 일본 금융그룹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도 경영진 연봉은 오히려 3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국내 금융그룹의 CEO 연봉은 세계 최대의 글로벌 금융그룹인 미국 은행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사업 구조가 비슷한 미국 대형 상업은행 중 웰스파고와 씨티 CEO의 연봉이 각각 793만달러, 772만달러로 국내 은행권의 2배를 넘었을 뿐, BoA(226만달러)는 오히려 더 적었다. 세계 4위 BoA(순익 162억달러), 6위 씨티(197억달러), 8위 웰스파고(323억달러)의 지난해 순이익은 국내 은행보다 10∼20배 많다.

◆연봉만 세계화한 ‘우물안 개구리’

2001년 금융지주 체제 출범 당시 시중은행의 은행장 평균 연봉은 4억원가량이었다. 10여년 새 이들의 연봉은 20억∼30억원대로 5∼8배가량 증가했다. 경영진 연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뛰었지만 몸집, 실적, 영업 행태는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 신세다.

국내에서 해외수익 비중이 가장 높은 신한은행의 경우 전체 수익 중 해외수익 비중은 6.5%에 불과하다. 미쓰비시UFJ의 지난해 해외수익 비중은 53.5%에 달했다. 수익구조도 비이자이익 비중을 40∼50%대로 끌어올리는 등 수익 다각화에 성공한 미국, 일본 은행과 달리 국내 은행들은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한 이유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익이 줄어드는데 CEO 연봉이 올라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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