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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의후마니타스에세이] 교육과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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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14 22:02:00 수정 : 2014-11-14 22: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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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를 통해 본 우리 교육의 문제점
루소와 러셀의 교육론 되새겨야 할 때다
대학입시철이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최종 결과를 앞두고 조바심을 낼 때다. 수험생의 대학 수학 능력이 등급별로 서열화되고, 20년 가까운 교육 행로가 어떤 대학 정문으로 이어질지가 결정된다. 이번 대학 입시를 학부모 입장에서 지켜보면서 우리 교육 현실을 되새기게 된다. 우리 사회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지만, 정작 교육 관련 철학이나 비전에는 아예 무관심하다. 자기 자녀만 혹독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면 된다는 생각이 앞선 탓이다.

박완규 기획·온라인담당 부국장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 장자크 루소는 ‘학문예술론’에서 당시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무모한 교육이 우리의 정신을 장식해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많은 돈을 들여 젊은이들에게 온갖 것을 가르치지만 그들의 의무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 큰 교육기관들을 도처에서 본다.” 그러기에 “아량과 공정, 절제, 인간성, 용기 같은 말들이 의미하는 바를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치 260여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낸 듯하다.

그는 ‘교육론’이라는 부제를 단 ‘에밀’에서 왜 그런 문제가 생기는지를 설명한다. “가장 현명한 사람들도,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것에는 유의하지 않으면서, 어른들이 알아둬야 할 것에만 매달린다. 어른이 되기 전에는 어떠한가를 생각지도 않고, 아이 속에서 노상 어른만 찾고들 있다.”

루소는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먼저 사람들이 인간다워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모든 신분의, 모든 나이의 사람들에 대해, 인간과 무관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해 인간다워지라. 인간성을 벗어나서 여러분에게 무슨 지혜가 있겠는가?” 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기술”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게 교육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약하게 태어나, 힘이 필요하다. 빈손으로 태어나, 도움이 필요하다. 어리석게 태어나, 판단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날 때에는 갖지 않았지만 커서는 필요하게 되는 이 모두는 교육에 의해 주어진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교육론’에서 학교 교육에 관해 이렇게 충고한다. “젊은이들이 공포, 금지, 그리고 반항적인 혹은 뒤틀린 본능에서 벗어나게 한다면, 그때 우리는 숨겨진 어두운 곳이 없는 자유롭고 완전한 지식의 세계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현명하게 가르친다면, 받아들이는 학생들에게는 힘든 과업이 아닌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모험과 자유의 정신이며,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려는 각오”라고 단언한다. 온 힘을 다해 이번 수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입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고 시험 성적하고는 상관없이 모든 수험생은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 시험 준비에 기울인 노력과 그 성과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문제점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래야 한다.

러셀은 “지식 없이는 우리가 희망하는 세계를 건설할 수 없다. 공포 없는 자유 안에서 교육받은 세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넓고, 더 대담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곳의 학교는 어떤가. 자유나 인간성 같은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 성적·경쟁 지상주의라는 저급한 가치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학생들은 창의력을 잃고 인내력만 키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경쟁 우선 정책부터 바꿔야 한다. 문제는 교육 당국이다. 교육 현장의 문제점들을 당국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교육 가치의 확립은 고사하고 매년 입시철마다 수능시험 변별력, 복잡한 입시전형 등을 둘러싼 논란만 낳고 있다.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아이들이 이런 입시 경쟁에서 얻는 게 뭔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올바른 교육 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박완규 기획·온라인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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