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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의후마니타스에세이] 권력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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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2 20:54:25 수정 : 2014-12-12 20: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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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무위지치에 비추어
인위의 다스림을 경계한다
어느덧 연말이다. 매년 이맘때면 여러모로 심란하다. 한 해 동안 이룬 일은 없이 송년행사에 불려 다니다 보면 곧 나이만 한 살 늘게 된다. 올해는 대형 사건 사고가 줄을 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비통한 시간을 보냈고 이제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으로 어수선하다. 의기소침한 심사를 달래는 데는 책만한 것이 없다. 서가에서 ‘도덕경(道德經)’을 꺼내든 이유다. 5000자 남짓한 짧은 책이지만 세계 지성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박완규 기획·온라인담당 부국장
‘도덕경’은 중국 도가철학 시조인 노자(老子)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춘추시대에 공자가 주나라 왕실 도서를 관장하는 일을 하던 노자에게 예(禮)에 대해 물었다는 사마천의 ‘사기’ 기록에 비추어 보면 노자가 공자보다 나이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마천은 노자를 “무위(無爲·무언가를 억지로 꾸며서 하지 않음)함으로써 스스로 변화해 가고, 맑고 고요함으로써 스스로 올바르던 사람”이라고 평했다.

노자는 중국 철학사에서 처음으로 도(道) 개념을 제기했다. 도가 천지만물을 주재하는 게 아니라, 천지만물이 스스로 존재하고 움직이도록 한다는 무위자연 사상을 후대에 남겼다. 노자는 말한다. “도는 항상 무위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다.” 무위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행위 규범이다. “배움을 행하면 날로 보태지고, 도를 행하면 날로 덜어진다. 덜고 또 덜어내면 무위의 지경에 이르게 되니, 무위를 행하면 되지 않는 일이 없다.”

반면 인위(人爲)를 경계한다. 법령을 복잡하게 규정해 백성을 다스리는 일 같은 정치권력의 논리가 인위의 다스림이다. 노자는 인위적 통치가 자연에 어긋나기 때문에 오래갈 수 없고, 백성의 처지를 곤궁하게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천하는 신령한 것인지라 인위로 다스려서는 안 된다. 인위로 다스리는 자는 천하를 망칠 것이며, 거기에 집착하는 자는 천하를 잃을 것이다.” 또한 “백성을 다스리기 힘든 것은 그 윗사람이 인위적으로 다스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이 나온다. “가장 좋은 통치자는 백성이 그가 있다는 것만 안다. 그 다음의 통치자는 백성이 그를 친밀하게 여겨 칭송하고, 그 다음은 백성이 그를 두려워하며, 가장 나쁜 통치자는 백성이 그를 경멸한다.”

노자의 정치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위지치(無爲之治), 즉 무위정치다. 그러면 어떻게 다스리라는 것인가. 성인(이상적인 통치자)은 “내가 무위하면 백성은 스스로 착하게 되고,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면 백성은 스스로 올바르게 되고, 내가 일거리를 만들지 않으면 백성은 스스로 부유해지고, 내가 욕심이 없으면 백성은 스스로 소박해진다”고 말한다고 했다. “무위로 다스리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만물의 근원인 도(道)의 성질이 자연(저절로 그러함)이듯이, 인간을 다스리는 정치의 도는 무위다. “정치가 너그럽고 간섭하지 않으면 백성이 순박해진다. 정치가 자질구레한 구석구석까지 감시하면 백성이 교활해진다.”

무위정치의 방법론은 부드러움과 낮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것을 부린다.” “강과 바다가 온갖 시냇물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자기를 잘 낮추기 때문이다.” 서두르거나 조바심을 내서도 안 된다. “발뒤꿈치를 드는 사람은 오래 서 있지 못하고, 걸음을 크게 내딛는 사람은 오래 걷지 못한다.”

노자는 “큰 나라 다스리기를 작은 생선 굽듯이 한다”고 했다. 권력을 요리사의 젓가락에, 백성을 생선 살에 비유했다. 주의를 기울이되 자주 뒤집지 말라는 뜻이다. 부스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권력이 백성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노자는 명(明)을 좋아했다. 명이란 밝게 안다는 뜻이다. 권력은 밝은 곳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환하게 밝아진다. 지금처럼 권력의 그늘이 온 사회에 짙게 드리워져 있으면 안 된다.

박완규 기획·온라인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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