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체 184만원·유지비 월 24만원 “전투(battle)에서는 이겼지만 전쟁(war)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다.”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이 극적으로 구제금융 연장에 합의한 뒤 알렉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한 말이다. 현재의 문제가 늦춰진 것일 뿐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그리스가 안정을 찾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곳곳에 놓여 있다.
그리스의 개혁정책 마련은 20일 국제 채권단과 현행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트로이카가 그리스의 정책을 평가한 뒤 승인하면, 24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전화화상회의를 통해 개혁안을 논의하게 된다. 각국 의회에서 개혁정책을 비준하면 그리스는 4월 말 72억유로(약 9조300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다.
문제는 개혁 정책이 순탄하게 통과될지 여부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채권단이 개혁안에 만족하지 못하면 합의는 끝난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그리스 여론 추이도 걸림돌이다. 치프라스 총리가 “외부가 아닌 우리 손으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긴축정책을 철회하지 못했다. 일부에서 “달라진 게 없지 않으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 유럽 담당자인 무타바 라만은 WSJ에 “치프라스 총리의 합의안을 긴축에 반대하는 다른 연정 구성원들이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그리스가 4월 말 72억유로를 받게 되더라도 그때까지 경제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이후 그리스 금융권에서 빠져나간 돈은 230억유로, 협상 결렬 위기로 20일 하루에만 10억유로가 빠져나갔다고 외신은 전했다. 당장 그리스가 3, 4월에 갚아야 할 채무액은 89억유로에 이른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오는 6월까지 제3의 구제금융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견이 커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그리스는 개혁 정책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면 6월 말을 목표로 추진하는 새 협상에서는 국가채무의 상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채권단은 “부채 탕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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