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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간 남친 자살한대요" 택시 탈취후 다짜고짜···

입력 : 2015-03-30 09:11:13 수정 : 2015-04-01 15: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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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1사단장이 택시 탈취범을 뒤쫓아간 끝에 자살할뻔한 병사의 목숨을 살린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30일 강원 홍천 경찰서에 따르면 강원 홍천군의 육군 11사단장 조영진 소장은 지난 24일 오후 택시 탈취범과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였다.

택시 탈취범은 20대 여성으로 입대한 남친으로부터 '죽어 버리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경기도 화성에서 달려와 빈 택시를 발견, 급한 마음에 올라타 예전에 한번 면회 가본 기억을 되살려 부대를 향해 질주했다.

조영진 사단장은 당일 오후 1시쯤 홍천군청과의 업무협의를 마치고 관용차로 부대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조 사단장은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택시 정류소에서 택시기사가 홍천강쪽으로 쏜살처럼 달리는 택시를 향해 “서!, 서!”라고 외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택시 탈취 사건이라고 직감한 조 사단장은 운전병에게 택시를 추격할 것을 지시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 사단장은 탈취범이 총기를 갖고 있을지도 모르고 급추격에 따른 2차 사고를 우려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추격할 것을 운전병에게 당부했다.

택시는 홍천강변길을 달리다 막다른 길로 들어서 멈춰서고 말았다.

조 사단장은 운전병과 함께 상대를 제압할 준비를 했다.

때마침 경찰 순찰차와 강력반 형사 차량 등이 들이닥쳐 택시와 사단장 관용차를 에워쌌다.

택시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스무살 남짓한 가녀린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조 사단장에게 제 남자친구가 자살한대요. 빨리 그 부대로 가야해요”라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 여성은 얼마전 군복무 중인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했는데 이날 남자친구가 죽겠다는 말을 해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것이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려고 했지만 남자친구의 정확한 부대이름과 위치를 몰랐고 마음도 급한 순간, 운전자가 없는 택시를 보고 한번 면회왔을 때의 기억을 살려 직접 운전해 찾아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사연을 들은 조 사단장은 즉시 11사단에 이 여성의 남자친구가 있는지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11사단에 남자친구가 없자 인근 지역 사단에까지 연락한 끝에  병사를 찾을 수 있었고, 곧바로 만남이 이뤄질 수 있게 했다.

조영진 사단장은 "택시 탈취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지만 동기를 참작해 달라"고 경찰에 부탁했다.

피해 택시 기사도 사연을 듣고 처벌을 원치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홍천경찰서측은 "처벌을 원하지 않지만 이 사건은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라서 처벌할 수 밖에 없다"면서 "최대한 선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군의 추격전', 순애보에 감동한 선처호소 등으로 홍천 지역은 지난 주말 훈기가 감돌았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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