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장기사육 제재 못해… 돌아가지 못하는 해양동물들

관련이슈 푸른 지구 지키는 창조의 길

입력 : 2015-09-16 19:06:47 수정 : 2015-09-16 23:17: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푸른 지구 지키는 창조의 길] 구조 해양생물 방류 규정이 없다
돌고래, 바다거북 등 해양동물이 구조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방사에 대한 기준이 없어 ‘상업화’ 우려가 제기된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해양수산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양생물 구조치료기관의 구조현황’에 따르면 전국 6개 기관에서 33건의 구조가 이뤄졌다. 남방큰돌고래, 상괭이, 밍크고래 등 고래류와 푸른바다거북 등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일부 업체가 구조동물을 치료한 후 바로 방류하지 않고 계속해서 데리고 있으면서 관람용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아쿠아리움의 경우 2008년 거제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을 16개월간 수용했고, 2011년에는 상괭이를 19개월, 2013년 구조된 상괭이를 20개월씩 수용하는 등 2008년 이후 구조 치료한 해양생물 18마리 가운데 7마리를 1년 이상 데리고 있었다. 현재도 9개월째인 바다거북 2마리와 1년이 넘은 상괭이 1마리(‘오월이’)를 치료 이유로 데리고 있으면서 전시 중이다. 아쿠아플래닛 제주의 경우 정치망 등에 걸린 남방큰돌고래와 푸른바다거북을 즉시 방류했지만 치료가 끝난 바다거북을 2년간 전시용으로 활용하다 논란이 돼 지난해 방류하기도 했다. 울산시 남구도시관리공단은 물범 등 4마리를 구조해 3마리는 한 달 내에 방류했고, 실명한 물개 한 마리는 4개월간 치료하다 서울동물원으로 옮겼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동물 구조와 치료 등에 지원된 정부 예산은 1300만원이다.

이처럼 구조보호기관마다 치료·방류 기준이 제각각인 이유는 정부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주로 최장 6개월 이내로만 치료하고 이후에는 방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구조한 동물을 관람객에게 전시해서도 안 된다. 영국 ‘야생동물 구조와 방류에 관한 법률’은 시설에서 돌보는 기간을 최장 30일로 정하고 필요한 경우 30일을 더 연장하도록 규정했다. ‘일반 대중에게 전시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있다. 미국도 6개월 이내에 풀어주는 게 원칙이고, 수의사의 결정이 있는 경우에만 관계 기관 보고 후 수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브라질 법도 아픈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사람이 근처에 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뒤늦게 해양동물 치료구조기관 운영지침을 만들고 있다. 이달 말 공표 예정인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기관의 관리와 지원에 관한 지침 제정안(가칭)’에 따르면 최대 12개월까지 동물을 보호할 수 있으며 이후 해수부 장관이 치료기간 연장, 자연복귀, 서식지외보전기관 보전, 안락사 등 처리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또 구조기관은 해양동물의 치료기관이 12개월을 넘거나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수의사의 진료기록서 등을 해수부에 제출해야 한다. 구조기관의 지정이나 치료 동물의 방류 등을 결정할 해양동물보호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도 이번 지침에 포함됐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최장 보호기간을 6개월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부산 기장군 앞바다에서 구조된 멸종위기종 상괭이(돌고래) ‘오월이’가 지난 13일 부산의 한 아쿠아리움 치료 수조에서 헤엄치고 있는 모습.
부산=조병욱 기자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야생 해양동물을 구조치료라는 명목으로 6개월 이상 장기보호하는 것은 상업적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개별 치료 수조가 아닌 전시용 수조에 넣어 사실상 전시용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포경위원회(IWC) 해양포유류 전문 수의사 피에르 갈레고 박사는 지난해까지 국내 아쿠아리움들이 장기 보관했던 상괭이 가운데 4마리의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자연치유될 수 있는 상처로 6개월간의 치료가 필요한 개체는 1마리밖에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아쿠아리움 관계자 등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구조될 당시 수온 등이 다른 시기에 방류하는 것은 동물에게 위험하다”며 “최대 1년간은 치료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동물원법을 발의한 장하나 의원은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에 대한 운영지침이 없어 구조된 해양생물이 민간기업의 수족관에서 ‘상업적 전시’에 동원돼 방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해양수산부와 국제멸종위기종(CITES)의 보호를 담당하는 환경부가 해양동물을 포함한 야생동물구조치료기관에 대한 운영지침을 빨리 고시해 공공영역에서 해양동물의 구조와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병욱·이재호 기자 brightw@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