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과 노망(치매)구분표> |
부산에 사는 김동자씨(68세 가명)는 추석을 맞아 딸과 아들이 있는 서울로 버스를 타고 역(逆)귀성한다. 올해로 역귀성을 한지 2년째다. 오는 추석에도 자식들을 위해 직접 담근 고추장과 국산 참기름, 들기름, 냉동 생선 등 명절 음식재료를 미리 택배로 보낸 뒤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택배로 보낸 후에 생각난 깨와 멸치액젓은 따로 짐 가방에 함께 쌌다.
◆참기름, 김치, 생선 담아 자식에게 보냈는데... 열어보니 이불, 베게가 한 가득
김 씨는 힘들어도 자식들과 함께 보내는 명절을 생각하며 버스에 올랐다. 큰 딸네에 도착한 김씨, 미리 도착한 택배 박스를 열어보고 기절초풍할 뻔 했다. 고추장과 참기름, 들기름, 백김치며 반찬이 있어야 할 스티로폼 박스에 오래되어 수거함에 내 놓으려한 이불과 베게가 가득 담겨있었다. 딸은 물론 사위 얼굴보기가 민망해 추석명철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 이야기가 아니다, 고령의 부모님을 둔 자식들은 한번쯤은 다 겪어본 이야기 중의 일부이다.
최근 드라마에서도 자식의 결혼식 날 결혼반지를 냉장고 김치통 위에 둔 걸 잊어버리고 찾다가 결국 예식장에 늦게 도착한 시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잊어버린 사실에 본인이 걱정하면 건망, 본인은 모르고 주위에서 걱정하면 노망
강동경희대한방병원(원장 고창남)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는 “건강과 노망의 가장 큰 차이는 건망은 물을 마시거나 차 열쇠를 가지러 갔다던가 하는, 하려던 일을 잊어버려서 당황하고 뭐였는지 다시 떠올리려고 노력하면서,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걱정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노망은 내가? 언제? 하는 식으로 주위에서 말을 해줘도 그런 사실을 기억해내지 못해서 주위에서 걱정하지만 본인은 그런 사실 없다는 식으로 부인하거나 얼버무리는 것이 특징으로, 치매 전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효도여행을 낯선 환경으로 보내드리는 것도 고령의 부모님의 경우 삼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치매 전단계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낯선 환경이나 생전 처음 받아본 자극에 의해 혼란스러워 하면서, 치매가 갑작스럽게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기부족, 기혈불통. 담 정체, 지속적 스트레스, 열독 등이 뇌에 악영향
정교수는 “한방에서 노인성 치매는 뇌의 노화가 일찍 일어난, 흔히 말하는 양기부족에서 오는 치매가 대표적이고, 기혈순환이 제대로 안되어 몸속에 담이 생겨 발생하는 치매, 그리고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발열로 인해 열독이 뇌에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치매로 나눌 수 있고, 원인에 따라 한약치료를 하면 치매가 악화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가 의심되는 노인 분들을 감별하는 방법으로는 “오늘의 날짜”나 “최근 있었던 집안 경조사”에 대해 기억을 잘 하시는지 물어보는 것이 추천된다. 치매란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의미하며, 그 중에서도 초기에는 새로운 기억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건망, 노망 한방 치료에 약선 음식과 기공체조, 걷기도 도움
한의학에서는 노화로 인해 머리에 맑은 기운이 부족해지는 것을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보고 정기를 보충해주는 한약, 육미지황탕을 가장 많이 쓰고, 만성 스트레스나 장기간의 소화 장애, 만성질환 등으로 기혈순환이 안되어서 담음이 생긴 후 기억력 저하가 생기는 경우에는 총명탕을 활용한다.
한약재로 만든 약선 음식이나, 보건공, 안마공 등 간단히 따라할 수 있는 기공체조를 병행하여 일상에서 치매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병행한다면 악화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예방효과도 있다.
건망은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에게도 잘 생기는 문제로 보다 일시적이며, 노심초사하고 피 말리는 상황에 있는 경우에 자주 생기는데, 이런 경우 잘 놀라고 걱정하는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혈을 보충할 수 있는 귀비탕과 같은 약으로 치료하며, 스트레스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규칙적인 생활리듬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식사와 수면 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명절에 뵙는 부모님… 건강 확인 위해서는 전문의를 찾아야, 치매 예방프로그램도 도움
이번 명절에는 가장 중요한 볼일로 부모님의 마음건강을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건을 잃어버리는 횟수는 증가했는지, 건망증의 정도가 심해지지는 않았는지, ‘괜찮다’, ‘상관마라’ 등의 말씀을 입에 달고 계시지는 않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 부모님의 변화에 대해서는 나이가 드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질환을 키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헬스팀 이재승 기자 admin3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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