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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냉전과 협력사이'의 한·러 25년… 양국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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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23 10:20:00 수정 : 2015-09-23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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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韓·러 초기 과열→조정기 거쳐 경제협력 통한 새 단계 발전 모색관계 급진전·급랭… 냉·온탕 오가… 상호 불신 여전… 교역량도 미흡… 한반도 주변 4강중 밀도 가장낮아
한국과 러시아는 오는 30일 수교 25주년을 맞는다. 냉전 해체의 격랑 속에서 감격의 손을 잡은 두 나라는 수교 초기의 과열(過熱) 시대와 이후의 장기적인 조정기를 거쳐 이제 새로운 단계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최호중 외무장관(오른쪽)과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1990년 9월 30일 역사적인 한소 수교 조인서에 서명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의장실에서 열린 서명식에는 현홍주 유엔대사, 공노명 주소련 영사처장, 보론초프 유엔주재 소련대사 등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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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초기 과열과 이후의 장기 조정기


1990년 9월30일 수교 후 급진전된 양국 관계는 김영삼정부 들어 1990년대 중반 거품이 걷혔다. 1996년 4월 한·미 정상이 제안한 4자회담(남·북·미·중) 구상에서 러시아가 배제돼 파장이 일었고, 그해 10월 북한 공작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소속 최덕근 주 블라디보스토크 영사 피살 사건으로 양국 관계는 급랭했다. 1998년엔 양국의 정보기관 소속 외교관 맞추방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대중정부에서 한·러 관계는 다시 반전이 이뤄지고, 노무현정부에서의 관계 진전을 바탕으로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두 나라 관계는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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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修辭)로는 화려하나 한·러 관계는 여전히 한반도 주변 4강 중 밀도가 가장 낮은 편이다. 미국과 북한 변수는 한·러 관계 발전의 구조적 장애가 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행사 불참이나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논란, 2010년 천안함 사건·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드러난 양국 간 시각차가 대표적 사례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유럽아프리카연구부 교수(러시아지역 담당)는 “지난 25년간 한·러 관계는 ‘협력과 갈등의 이중주’를 경험했다”며 “현재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초기단계에서 진전이 정지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의 대러 제재가 한·러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의 방한 직후 이뤄진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의 한국 방문은 대북(對北) 메시지에 앞서 한·러 관계를 관리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잠재적 상호 불신감도 여전하다. 러시아는 일본을 대신해 한국에 기대했던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지 못하고, 우리는 14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대러 차관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양국 교역 규모도 국제사회에서의 두 나라의 위상에서 볼 때 미흡한 수준이다. 한·러 교역량은 1992년 1억9000만달러(전체교역 비중의 0.1%)에서 2014년 258억달러(〃2.3%)로 급증했으나, 한·중 2354억달러(〃21.4%), 한·미 1156억달러(〃10.5%), 한·일 860억달러(〃7.8%)와 비교하면 여전히 확연히 적다.

◆남·북·러 협력 중심 관계 진전 모색


한·러 관계 강화의 필요성은 역대 정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북핵 해결 과정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고, 향후 남북 통일과정에서도 러시아의 지지가 긴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러 협력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의 연계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역내 국가 간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와 통일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신동방정책은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프로젝트 등 러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극동·시베리아 지역을 적극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그 시범적 연결고리가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연계하는 남·북·러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이다. 2013년 박 대통령과 한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우리 기업이 이 사업의 철도·항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템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출발했다가 물거품이 되거나 답보 상태인 다른 한·러 협력 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러시아학과 주임교수는 “(남·북·러 협력사업의) 정치적 의미가 있어도 기업은 단기적으로 자본회수가 어려우면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 있어 정부가 기업에만 맡기면 사업 속도가 늦어진다”며 “장기적인 정치적 이익과 단기적인 경제적 손실의 균형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4강으로 둘러싸인 한반도에서 우리의 외교적 공간 확대를 위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장(러시아 정치외교안보 전공)은 “내년은 중국(청나라)과 일본의 압력을 물리치려 한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俄館播遷) 120주년”이라며 “한·러 관계가 한·미 관계나 한·중 관계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중견국 위상을 강화하고 강대국 사이에서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외교, 경제, 에너지안보적 측면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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