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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로 낙인…마구잡이로 처분되는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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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1 10:20:00 수정 : 2015-10-01 15: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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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지구 지키는 창조의 길] ⑭ 동물원 잉여동물 마구잡이 처분
내부규정 제멋대로 운영… 멸종위기종까지 버젓이 판매
‘동식물이 살 수 없는 곳에는 인간도 살 수 없다.’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협약(CITES)은 이런 취지에서 지구 생명체들을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가 맺은 약속이다. 우리나라는 CITES 가입국이지만 멸종위기종 보호 분야에선 후진국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동물원의 동물 관리 실태다. 우리나라 동물원들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동물을 개인에게 마구잡이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동물은 도축업자에게 팔려가고 있지만 관할 당국은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쪽에서는 예산을 들여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존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희귀동물마저 별다른 규제 없이 매매되고 있는 셈이다.


30일 환경부와 지자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제출한 ‘2011∼2015년 전국의 지자체·개인 동물원의 잉여동물 판매현황’에 따르면 총 922마리의 동물들이 개인이나 법인 등에 팔려나갔다. 잉여동물은 동물원 내에서 번식 등으로 특정 개체 수 이상 늘어난 동물이다. 판매된 잉여동물 대상에는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돼 보호받아야 할 대륙사슴, 산양, 원숭이 등도 다수 포함됐다. 이 동물들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14조’에 의거해 포획이나 유통, 보관, 수출입 등이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기면 야생생물 보호등급에 따라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최근 4년간 멸종위기 동물과 관련한 처벌 현황을 보면 전국에서 17건이 적발돼 경찰에 고발조치된 것이 전부다. 대부분 멸종위기종 생물을 불법 보관하거나 서식지를 훼손하다 적발됐다. 동물을 매매하다 적발된 경우는 없었다. 정부의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감독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멸종위기 동물들은 인터넷상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페넥여우’의 경우 200만∼300만원 선에 거래되지만 관할 당국은 지금까지 단 1건도 적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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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잉여동물 처리는 제각각이다. 이에 대한 통일된 법규가 없다 보니 각 동물원의 내부 규정에 따라 제멋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충북의 한 시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인 대륙사슴을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청주의 남모씨에게 매각했다. 남씨의 연락처 정보는 매각 후 폐기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서류에는 대륙사슴이라고 표기됐으나 실제로는 일반 꽃사슴과 섞인 잡종으로 멸종위기종이 팔려나간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사슴이 멸종위기종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남아있지 않다. 매각 당시 사진과 대륙사슴이라는 개체명만 기록돼 있을 뿐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대륙사슴은 아종이 많아 사진만으로는 순수혈통인지 식별이 어려워 검사해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동물원이 판매한 ‘청공작’은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사는 박모씨가 28만원에 사 간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역시 연락처는 남아 있지 않았다. 확인 결과 박씨의 주소로 기재된 곳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이처럼 허위 주소를 적어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잉여동물을 매각하고 있는 셈이다. 울산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여러 차례 매매된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지자체 관계자는 “외래종 산양으로 멸종위기종과는 다르다”라고 해명했다. 토종 산양은 천연기념물 217호로 지정돼 있다. 울산에서 매각된 산양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남아 있지 않아 실제 천연기념물인 토종 산양이 매각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원숭이를 매매한 경우도 있었다. 잉여동물은 조달청의 나라장터나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온비드 등 매각전문 사이트, 지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판매됐다. 공고를 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수의계약으로 처분되는 사례가 많았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지난달 19일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전시됐던 사슴과 흑염소 총 43마리가 도축장으로 매각된 사례를 포착해 매각 반대 시위를 벌였다. 서울대공원 측은 “매각한 동물이 도축용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장 의원은 “동물원들이 동물 개체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잉여동물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 동물들이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다”며 “동물의 최소 사육환경 및 관리방안을 담은 동물원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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