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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기내 화장실서 모유 짜낸 게 큰 잘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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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9 11:00:00 수정 : 2015-10-09 14: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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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에서 뭐 하시는 거죠?”

“아기에게 줄 젖을 짜내고 있는데요.”

“안 됩니다. 나오세요. 지금 다른 분들이 기다리시잖아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떠나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집으로 돌아오던 마리아나 한나만(37)은 당황스러웠다.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는데, 정작 승무원이 다가와 자신의 행동을 문제 삼으니 얼굴이 화끈했다.

마리아나는 남편 브랜든(36) 그리고 생후 4개월 된 아들과 함께 최근 유럽에서 휴가를 즐긴 뒤,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는 아기에게 줄 젖을 앉은 짜내려다 옆자리 남자 승객이 불편해할까 봐 화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마리아나는 당시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몇 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라고 양해를 구했다. 승객들도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여분이 지나자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해한 승무원이 다가왔고, 마리아나에게 화장실 문을 열라고 요구한 것이었다.



문을 열고 나온 마리아나는 가슴에 모유펌프를 부착한 상태였다. 차례를 기다리다 그를 본 승객 3명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굴이 달아오른 마리아나와 어찌할 줄 모르는 승객 그사이에는 마리아나를 나오라고 재촉한 승무원이 서 있었다.

마리아나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승무원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승무원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마리아나를 꾸짖듯 행동했다. 마리아나는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다뤄지는 것에 모욕감을 느꼈다.

화가 난 마리아나는 승무원에게 이름을 물어봤으나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소란을 눈치챈 브랜든이 곧 달려왔고, 자신의 아이패드로 기내 소동 현장을 고스란히 기록했다. 그가 지난 2일(현지시간) 유튜브에 게재한 영상 조회수는 5만건이 넘었다.

미국 ABC15에 따르면 현장을 지켜본 한 60대 여성 승객은 “요즘 같은 시대에 도무지 볼 수 없는 소동이었다”며 “내 생각에는 승무원이 맞고, 그 여자가 틀린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마리아나의 사연을 접한 아메리칸 항공은 그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다.

관계자는 “여성 승객 특히 어머니들은 자리에서 젖을 먹일 수 있다”며 “화장실을 사용하기 전 다른 사람들에게 자세한 내막을 알릴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들은 반드시 이름표를 차게 되어 있다”며 “문제의 승무원 행동은 우리의 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리아나는 승무원 처벌을 원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자기 같은 일을 다른 여성승객들이 당하지 않도록 항공사의 적절한 정책을 요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ABC15 영상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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