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강도 높아지고 다변화… ‘화전양면 전술’ 철저 대비해야
◆남북 일촉즉발의 군사대치
남북은 1953년 7월27일 휴전 이래 툭 건드리면 폭발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군사대치 상황을 62년간이나 이어오고 있다. 지난 8월에 군사대치 상황이 대치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바로 열전(熱戰)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다시금 생생히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파주 인근 DMZ에서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로 인해 우리 부사관 2명이 크게 다친 사건을 계기로 남북이 휴전 이래 처음으로 본토를 상대로 포격전을 벌인 것이다. 2010년 11월23일 섬을 대상으로 한 연평도 포격전 이후 4년9개월여 만이다.
강원도 화천군 중동부전선 육군 칠성부대 초병들이 경계초소 인근 투광등 아래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남북이 고위급 접촉을 하며 22∼25일 무박4일간의 마라톤 협상을 하는 와중에도 남북 양측의 무력시위는 계속됐다. 북한은 잠수함 50여척을 대거 기동하고 사격준비 포병전력도 2배로 늘려 화전 양면 전술을 꾀했다. 한·미도 미군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진배치안을 공개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6·25전쟁 당시 판문점 휴전협상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8·25 남북 합의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우리 삶의 터전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전쟁의 공포를 재확인하는 아찔한 시간이었다. 군 관계자는 “최근에 이번처럼 남북이 교전 직전까지 간 상황이 없었다”며 “남과 북이 군사적 대치를 계속하는 한 이와 같은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포격전 현장은 이제 사건을 잊은 든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으나 우리 산하 전체를 피로 물들일 수 있는 군사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군사력이 밀집된 중(重)무장지대로 불리는 907㎢의 DMZ는 화약고와 다름없다. 우발적 총격이 가해져도 즉각 응사하는 등 하루 24시간 내내 피를 말리는 긴장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북한의 대남 군사활동도 여전하다. 군당국이 2010년부터 최근까지 북한의 도발 양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부터 지상과 해상에서의 도발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15년 9월까지 북한의 도발은 지상 13회, 해상 47회, 공중 4회 등 64차례에 달했다. 지상도발 중 MDL 침범은 8회, 총·포격 도발은 5회였다. 북한군의 MDL 침범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한 차례도 없었다. 북한군의 공격 루트도 다양하다. 2010년 3월에는 어뢰에 의한 천안함 폭침사건, 같은 해 11월에는 포병전력에 의한 연평도 포격도발, 지난 8월에는 육상에서 목함지뢰를 이용한 도발이었다.
군사대치의 근원적 해결책은 결국 통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군사대치 완화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성공단 사업을 통해 DMZ 내 남북 통행로 주변의 지뢰가 제거된 것처럼 말이다.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이 주목받는 이유다. DMZ 세계평화공원은 한반도의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휴전선 DMZ에 공원을 조성하자는 구상이다.
대선 공약으로 DMZ 평화공원을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구상으로 발전시켰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도 세계북한학 학술대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DMZ를 방문하시게 되면 분단이 빚어낸 민족의 아픔을 실감하는 동시에 다양한 생태계가 잘 보전되고 있는 현장을 보게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그곳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해 갈등과 대립의 현장을 평화와 생명의 공간으로 바꿔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은 이에 반응이 없다.
김선영·염유섭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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