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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칼럼] 한국 기술사업화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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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25 21:14:12 수정 : 2015-10-25 21: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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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年 59억… 성과는 OECD 바닥
시장·고객에 대한 이해부족 최대 원인
연간 59억원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민·관 연구비 투입에 비해 성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바닥권이라는 것이 한국 기술사업화의 불편한 진실이다. 더구나 지난 5년간 숱한 개선 노력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더욱 문제다. 한마디로 논문을 제외하고는 기술료 등 나머지 지표 모두 하락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서울공대 백서에서는 단기 성과, 소통 부재, 선도 전략 부재 등의 자성을 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창조적 기술사업화를 살펴보자.

우선, 연구 개발의 문제는 한마디로 ‘실패를 하지 않는 연구’로 대변된다. 추격형 경제 체제에서 실패는 나태하거나 무능함의 결과였다. 실패한 연구 책임자는 차기 연구에서 제외된다. 결국 90%가 넘는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공률은 ‘쌀로 밥하는 연구’를 했다는 방증에 지나지 않는다. 도전적인 연구, 남들이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연구는 사전에 회피된다. 이는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반복, 중복 연구가 도입돼야 한다. 바로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모델을 반영한 한국형 모델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공의 핵심은 규정이 아니라 프로젝트 책임자에게 부여하는 권한과 신뢰에 있을 것이다.

이민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전자공학
도전적 연구가 지원되지 않으면 와해적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그저 그런 연구는 기업이 외면하기에 기술료는 노력해도 개선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도전을 통한 실패인지 나태 혹은 도덕적 해이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사전에 실패를 차단하기 위해 각종 규제가 연구자를 옥죄고 있다. 결과적으로 실패와 더불어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극복할 과제는 사전 규제를 없애되 사후에 나태와 도덕적 해이를 더욱 강력히 징벌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에게 즐거움을 돌려줄 수 있고 이는 창조성으로 연결된다.

다음으로, 한국의 기술사업화는 시장지향적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기술사업화는 근본적으로 테크놀로지 푸시(technology push)가 아니라 마켓 풀(market pull)의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통계적으로 기술사업화의 최대 실패 원인은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다.

미국의 국가 과학재단(NSF)이 운영하는 한국형 아이콥스( I-Corps) 프로그램은 낮은 기술이전율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조지 워싱턴 대학 등에서 시장과의 접점을 중심으로 시도돼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학기술 연구 인력에게 기업가정신을 부여한 과학 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은 이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중소기업 기술이전을 위해 신기술 이전 클러스터인 ‘it’s OWL’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 기업연구소, 대학, 은행, 경제단체가 스마트 공장과 같은 새로운 혁신을 위해 기술이전 클러스터를 만들어 2년 동안 사물인터넷(IoT)에 기반한 120개의 기술을 이전한 바 있다. 이 결과가 지금 독일이 자랑하는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으로 지정돼 독일 제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 기술사업화의 방점은 사업화에 있다는 점에서 기술이전 조직은 시장을 이해하는 책임자가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시장지향적 기술사업화는 기술시장과 기술창업으로 꽃피우게 될 것이다. 기술시장은 주로 지식재산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형성된다. 현재 기타 예산으로 분류되는 특허 비용이 예산의 핵심이 돼야 하는 이유다.

끝으로, 정책의 문제는 총괄 조정 조직에 대한 해법이 된다. 분절화된 한국적 상황에 적합한 총괄 조정 조직은 단일화가 아니라 매트릭스 조직 형태의 조정 역할이 돼야 할 것이다. 단일화는 경직화되고 분절화는 비효율을 초래한다. 각 부처의 기술 책임자를 횡으로 연결하는 독립된 장관급 조직이 대안일 것이다.

이민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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