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청춘은 내일이 다르다’ 표지. |
13명은 고딩 저자들 모두 학생들이 스스로 주도하는 ‘숭문고등학교 따뜻한 봉사활동(‘숭문따봉’)’ 프로그램 중 ‘사람책 봉사’ 동아리 회원들이다. 2010년 시작한 숭문따봉은 올해는 ‘과학기술과 구호, 독서와 교육, 문화와 예술, 의료와 보건, 건강, 환경과 생태, 언론’ 등 8개 분야에 걸쳐 31개의 따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의 도움 없이 학생 스스로 노력하여 봉사활동을 주도하는 프로그램이다.
‘꿈꾸는 청춘은 내일이 다르다’를 펴낸 숭문고 학생들. 왼쪽부터 조영오 나유승 조현준 전동수 안형준. |
‘사람책’은 말 그대로 사람이 책인 경우를 뜻한다. 즉, 누구라도 남에게 자신의 지식·경험·정보 등을 직접 이야기해준다면 사람책이 될 수 있다. 책이 저자의 생각과 감성 등을 종이와 잉크로 담아내 저자를 직접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다면, 사람책은 독자의 바로 눈앞에서 함께 숨 쉬는 살아있는 책다. 사람책은 저자와 독자의 대화라는 독서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준다. 사람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아름답고 풍부하게 부풀고 깊어지는 만남의 의미를 잘 깨닫게 해준다. 구비문학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래 왔듯이, 사람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저자와 독자가 만나며 다시 독자를 저자로 만들며 새로운 세상과 현실을 만들어낸다.
‘꿈꾸는 청춘은 내일이 다르다’는 따봉 프로그램의 하나인 ‘사람책 봉사’ 활동의 구체적 성과이다. 학생들 스스로 ‘따봉’의 계획을 세우고 봉사활동을 하며,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 지혜와 사색을 깔끔하게 정리한 열매가 바로 이 책이다.
13명의 사람책 저자들은 2013년부터 여러 차례의 논의 끝에 사명감·용기·도전·웃음·휴식·감사·열정·꿈·소통 등 9가지를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키워드로 정하고, 청소년의 입장과 시각에서 각자 글로 풀어냈다.
10대라고 마냥 어리지만은 않다. 이들은 사람책 활동을 위해 많은 만남을 가졌다. 그들은 존경하는 리더에서부터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까지 수많은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왔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느꼈다. 하지만 그들은 두려움을 퍼내고 ‘도전정신’을 담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곳으로나 무작정 나아갈 수도 없고 나아갈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 목표를 정하고 길을 찾게 된다. 바로 ‘꿈’을 가지는 것이다. 꿈이 있는 곳에는 ‘열정’이 있다. 열정적인 사람은 힘이 넘친다. 이 열정의 힘은 주변 사람들에게 꽃가루로 퍼진다. 이 꽃가루가 바로 ‘소통’이다. 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들과의 만남, 이로써 만들어진 조직과 사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은 ‘사명감’에서 비롯된다. 이 모든 삶의 종착역은 행복이다.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웃음’이다. 억지웃음조차도 행복을 준다고 하니까. 웃는다는 것은 누릴 줄 안다는 것이다. 누리는 삶, 다시 말해 현재에 ‘감사’하는 것이 행복을 만들어내는 열쇠다. 그리고 잠시 숨 돌리며 ‘휴식’을 취한다.
이들이 삶의 파고를 통해 정한 아홉 개의 키워드이다.
경쟁에 내몰려 사는 10대의 꿈은 무엇일까. 전교 1등을 하고, 원하던 명문 대학에 가는 것만이 이들의 성공이고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어리고 성글다고 여겼던 고등학생들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사고와 열정으로 청소년기를 보내고, 꿈을 가지고 도전하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학창시절 하나의 봉사활동이 나눔의 실천이 되고, 자신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도전과 꿈을 설정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13명의 저자들은 그들만의 사고와 시각에서 각자 겪은 경험과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의 꿈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들의 도전과 열정은 기성세대가 걱정하는 것처럼 더 이상 어리지도, 얕지도, 가볍지도 않다. 시각은 냉철하고, 가치관 정립은 확고하며, 사회를 보는 시선은 따뜻하다. 그동안 10대의 꿈은 실종된 것으로만 여겼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어른들이 세계를 보듬고 품기까지 한다.
사람책 1기 기장을 지낸 전동수 군은 “그동안 많은 독자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책, 즉 저희 자신 역시 조금씩 성장해왔습니다. 사람책 속에 조금 더 깊은 울림과 재미를 더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하지만 조금은 다르게, 더 오래 고민하고 준비했습니다. 그리하여 글로써 옮겨진 것이 이 책”이라고 서문에서 밝혔다.
이들은 책 인세 전액을 ‘책따세’가 추진하는 저작권기부운동에 전액 기부키로 했다. 왼쪽부터 나유승 조영오 조현준 전동수 안형준. |
저자들은 나아가 책의 인세를 독서 소외층이 어떠한 장벽도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저작권기부운동에 전액 기부하기로 하였다.
‘책따세’ 이사장 허병두 숭문고 교사는 “아무리 훌륭한 거장과 천재라도 미숙하던 때가 있게 마련이다. 글쓴이들은 아직 어리고 성긴 구석이 적지 않지만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누겠다는 뜨거운 열정이 가득하다”면서 “이들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힘찬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고 추천했다.
책에도 등장하는 윤호일 남극세종기지 대장은 “우리는 모두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들의 도전과 사명감은 자신은 물론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기적이 되게 할 수 있다. 마지막 점 하나로 얇은 막대기가 커다란 느낌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젊은 꿈들이 맘껏 항해할 수 있도록 튼실한 나침반을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교수는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이렇게 깊이 사고하고 행동하다니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진다”고 격려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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