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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분단 70년, 대한민국 다시 하나로] ② 대북 지원 20년 과제
정치·군사적 상황따라 중단·재개… 민간지원은 제한 없애야
북한 동포들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남한 동포들이 구원해 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북한 동포들이 자체의 힘으로 현 독재정권을 뒤엎고 개혁·개방으로 나가 안정된 생활을 되찾았을 때 어려운 시기에 많은 원조를 준 이웃 나라와는 긴밀히 협조하겠지만 남한 사람과는 같이 살지 않겠다고 주장해도 남한 사람들은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마지막 대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생전에 남한 주도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대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북한의 독재 체제가 해결해주지 않는 식량 문제를 남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체제 이완을 우려한 북한 당국이 우리 정부의 식량 지원을 거부하면 판문점에 물품을 쌓아두고 북한이 가져갈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와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적극적으로 알려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8월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군인들이 안보관광 등 민통선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긴장감이 돌고 있다.
자료사진
이러한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 가능성은 희박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1995년 대홍수 피해를 본 북한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한 이후 이뤄진 대북 지원 역사가 올해로 20년을 맞이했으나 대북 지원 품목과 범위, 규모 등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와 법·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히 부재하다.

우리 민간단체나 정부의 대북 지원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대북 지원 활동은 북한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의 호응도 필수적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사업이 내실화되고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북지원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단순 물품지원에서 벗어나 개발지원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지난 4월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재단법인 에이스경암의 대북지원 물품을 실은 차량이 임진강을 건너기 위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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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지원품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대북 인도적 지원 품목이나 규모,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려운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인도적 지원 물품에 대한 군사적 전용 우려 때문이다. 정부나 민간단체가 식량이나 생필품 등 각종 지원 물품이 북한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분배 모니터링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여론조사 결과도 대북 지원의 분배 투명성을 무시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전국 성인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 결과에서 대북 지원이 북한 주민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조사를 시작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50% 넘게 나타났다. 대북 지원의 분배 투명성에 대한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군사적 전용 가능성과 연계된 가장 민감한 대북 인도적 지원 품목은 쌀이나 밀가루 등 식량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또는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악재가 터질 때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원이 중단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지원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정부의 기본 원칙은 남북관계 경색 국면과 맞물려 좀처럼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는 일이 허다했다. 

◆단순 물품지원→개발협력…“내실화하고 지속성 담보해야”


대북 지원이 단순 물품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농업·축산·보건의료 등 여러 부문에서의 개발지원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지 오래다. 사업의 지속성이 관건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박근혜정부의 드레스덴 구상의 경우 민생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다양한 교류·지원 확대 가능성을 담고 있음에도 북한이 흡수통일 시도로 규정하고 거부하면서 상당 기간 민간 교류가 차단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국내 대북 민간단체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드레스덴 구상에 반발하고 나온 이후 정부가 남북협력기금 30억원을 풀어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의 지원을 거부했다”며 “지속적인 대북 지원이 가능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은 규제를 하더라도 국내 민간단체의 지원은 가급적이면 품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농업 부문에서의 개발협력은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북한 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통일연구원은 ‘인도적 지원을 통한 북한 취약계층 인권 증진 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총서에서 “대북지원이 단순구호를 넘어서서 북한의 역량 형성을 돕기 위한 개발구호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종합계획에는 빈곤 등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북한 당국의 의지와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담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 중심으로 정치·안보 상황과 무관하게 대북지원을 제공해나가되 대북지원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북한의 의무와 책무를 동시에 고려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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