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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빈부격차는 가장 치명적인 질병이다

입력 : 2015-11-17 05:00:00 수정 : 2015-11-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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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산 상위 10%가 금융자산·부동산 등 전체 부(富)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50%가 가진 자산은 전체의 2%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부의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선 20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자산 상위 10% 계층에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부(富)의 66%가 쏠려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위 50%가 가진 것은 전체 자산의 2%에 불과했다. 즉, 소득 불평등보다 심각한 부의 불평등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낙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세청의 2000∼2013년 상속세 자료를 분석, 한국사회 부의 분포도를 추정한 논문을 최근 낙성대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김 교수는 사망자의 자산과 그들의 사망률 정보를 이용해 살아있는 사람의 자산을 추정하는 방식을 썼다.

◆소득 불평등보다 부의 불평등이 더 심각

사망 신고가 들어오면 국세청은 자체 전산망으로 알아낼 수 있는 사망자 명의의 부동산·금융자산을 파악한다. 이 때문에 상속세 과세 대상이 아니더라도 사망자의 자산이 대체로 포착되게 마련이다.

분석 결과 20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한 자산 상위 10%는 2013년 전체 자산의 66.4%를 보유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7년 연평균인 63.2%보다 부의 불평등 정도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자산은 6억2400만원이고, 자산이 최소 2억2400만원을 넘어야 상위 10% 안에 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3년 상위 1%의 자산은 전체 자산의 26.0%를 차지해 역시 2000∼2007년(24.2%)보다 불평등이 심화됐다. 상위 1%의 평균 자산은 24억3700만원으로, 자산이 9억9100만원 이상이어야 상위 1% 안에 들어갔다. 상위 1%의 평균 자산은 2000년 13억7500만원, 2007년 22억7600만원에서 계속 늘었다.

여기서 자산에 들어가는 부동산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계산됐다. 이를 시가로 바꿀 경우 자산이 13억원을 넘겨야 상위 1%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0.5% 안에 드는 최고 자산층의 평균 자산은 36억5900만원이었다. 하위 50%가 가진 자산 비중은 2000년 2.6%, 2006년 2.2%, 2013년 1.9%로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결과는 그간에 나왔던 국내외 연구진의 자산 불평등 추정 결과보다 심각한 것이다.

이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4개 회원국의 2013년 자료를 조사해 한국은 전체 가구의 상위 10%가 부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존 연구들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반으로 가구 단위의 자산 쏠림 정도를 분석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기반인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선 최고소득층의 자산·소득이 누락되고 금융자산의 절반이 빠져 있어 고소득층 자산이 과소 파악되는 문제가 있었다. 가구가 아닌 개인을 기준으로 한 부의 집중도 분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위 10%에 부가 집중된 정도는 우리나라가 영미권 국가보다 낮지만,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편이다. 상위 10%가 차지한 부의 비중이 한국은 2013년 기준으로 66%이지만 프랑스는 2010∼2012년 평균 62.4%였다. 같은 기간 미국과 영국은 각각 76.3%, 70.5%였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부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김 교수는 소득 기준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2.1%, 상위 10%는 44.1%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었다.

반면 자산 기준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대로 소득 기준으로 따질 때보다 훨씬 커진다.

◆'돈이 돈을 번다'는 사실 입증된 셈

이는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이미 축적된 부를 통해 얻는 수익의 불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로, '돈이 돈을 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 수준이 반세기 후인 2060년 OECD 회원국 가운데 3위 수준으로 지금(4위)보다 더 악화할 거란 분석이 나왔다.

OECD는 최근 '향후 50년간의 정책 도전'이란 보고서에서 29개 회원국의 소득 변화 전망을 비교해 이 같은 예상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소득 상위 10% 선에 위치한 사람의 벌이는 하위 10% 선에 해당하는 사람의 4.85배에 해당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60년 6.46배까지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10년 세계 4위였던 소득 불평등 수준은 3위로 한층 더 나빠졌다.

국가별로 보면 2010년 가장 불평등이 심한 미국(5.03배)은 2060년(6.74배) 2위로 내려왔다. 반면 2위였던 이스라엘은 4.98배에서 7.21배로 미국을 앞지르며 1위로 올라섰다. 한국보다 상황이 나쁜 3위 칠레의 불평등 수준(4.91배→5.92배)은 오히려 한국보다 나아졌다. OECD 29개국의 평균은 3.37배에서 4.59배로 악화됐다.

OECD는 장기간에 걸쳐 불평등이 심화하는 것은 고숙련 근로자가 기술발전에 따른 이익을 더 많이 누리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지난 20년처럼 고소득층의 임금 상승률이 저소득층보다 더 높게 유지되면서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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