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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우유대란' 젖소, 왜 나만 갖고 그래

입력 : 2015-11-18 05:00:00 수정 : 2015-11-1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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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우유가 넘쳐나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2013년까지 9만t 아래로 유지되던 우유 재고량이 지난해 23만2000t까지 쌓였다가 올해 8월 기준 26만7241t으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이는 국내 우유 수급조절 문제는 정부의 정책 실패로 볼 수 있다.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량이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구제역 발생 같은 재해까지 겹쳐 낙농가나 우유업체들이 덩달아 생산과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우유업계의 사정이 악화돼 심지어 문을 닫는 우유회사까지 생겨나고 있다. 우유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생산량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영향이다. 관련 업체들마다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우유 대신 치즈나 요구르트 등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사업영역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역부족이다.

또 정부와 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프랜차이즈업체 등도 주도적으로 우유 소비촉진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것도 일시적 효과만 거두고 있을 뿐 실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우유 원유 생산량은 총 17만8777t을 기록했다. 이는 올 초 18만7243t과 비슷한 수준이며, 전년 동기 18만3787t과도 큰 차이가 없다. 우유 소비를 촉진하고 쌓인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 및 수출 대상 국가 확대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재고는 되레 더 쌓이는 실정이다.

◆우유 소비 촉진 시도 번번이 실패, 되레 재고만 더 쌓여

8월 국내 원유 재고 총량(장기보관용 분유 포함)은 26만7241t으로, 올 초 26만1862t보다 5379t 늘어났다.

장기보관이 용이하도록 분유로 보관하는 물량도 많아졌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분유 재고량은 1만8484만t을 기록, 구제역으로 우유 품귀현상이 벌어졌던 2011년(1648t)과 비교해 11배 많아졌다.

일부 업체들은 넘쳐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창고를 빌려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 우유 소비는 줄어드는데 생산량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영향이다.

낙농진흥회 조사에 따르면 백색시유(흰우유) 1인당 소비량은 지난해 26.9Kg로 집계됐다. 2013년 27.7Kg, 2012년 28.1Kg를 기록한 만큼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매년 상승했던 국내 유제품 유통가격(낙농진흥회 조사)까지 동결된 상태다.

2010년 589원(200ml)이었던 유제품 유통가격은 ▲2011년 607원 ▲2012년 650원 ▲2013년 672원까지 올랐으며, 지난해 727원으로 오른 뒤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흰우유 소비 매년 감소

이런 가운데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이 직원 월급의 일부를 우유 등 유제품으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가 불거지자 서울우유는 "신청자에 한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여론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임원들이 월급의 일부를 우유로 받겠다고 나서자, 직원들도 어쩔 수 없이 신청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타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매일유업은 전년 동기 보다 6.5% 줄어든 2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남양유업은 26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우유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체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우유가공 업체인 영남우유는 설비를 처분한 뒤 지난 2월 최종 폐업했다.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 손 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우유업계 수익성 악화…사태 장기화되자 문 닫는 업체 속출

우유업계에서는 최근 발생한 '우유대란'의 주범으로 원유가격연동제가 꼽히고 있다. 생산농가의 생산비 부담 증가를 낮추기 위해 2013년 도입한 제도다. 이는 소비량이 아닌 전년도 우유 원유 가격에 생산비 증감분과 물가상승률 등 공급 요인만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원유 가격을 결정할 때 생산 원가가 자동으로 반영되는 방식이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우유 원유의 기본 가격은 2년째 리터당 940원을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웃돌아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우유가 안 팔려도 원유를 쿼터대로 구입해야 하는 우유 가공업체 입장에서는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편, 원유 생산량의 23%를 차지하는 낙농진흥회는 재고량이 넘치자 '연간총량제'를 이번달 1일부터 유보하기로 했다. 나머지 매일유업이나 중소 낙농가들로 구성된 낙농조합은 연간총량제를 이미 폐지했거나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연간총량제를 적용하는 곳은 서울우유가 유일하다.

◆연간총량제 이달 1일부터 유보

올해 연말 분유재고량은 지난 3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만2309t을 넘어설 전망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우유소비가 줄어드는데다가 유업체들이 재무재표 관리를 위해 연말 재고량 소진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적게는 1000t, 많게는 3000t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1만4970t이던 분유 재고량은 그 해 12월 1만8484t으로 늘어났고, 2013년 9월 5963t이던 재고량은 그 해 12월 7328t으로 증가했다.

연간총량제는 농가별 기준원유량(쿼터량)과 실제 생산 원유량을 비교해 그 차액을 보상하는 제도다. 원유 납품가를 15일 단위로 정산해주는데 날씨가 따뜻한 3월에서 5월까지 원유 생산이 늘어 쿼터량보다 초과생산이 된다. 이때 쿼터량을 초과한 생산분은 낮은 가격을 받게 되는데, 원유 생산이 줄어드는 10~12월 쿼터량을 채우지 못한 부분에 3~5월 초과 생산분을 끼워 넣어 원래 가격으로 농가에 되돌려준다. 그러다 보니 농가들은 3~5월 원유가 초과 생산돼도 생산 감축에 나서지 않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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