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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주민들의 건강지킴이 ‘전남 511호’

입력 : 2015-11-18 10:00:00 수정 : 2015-11-18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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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 치료 해주고… 흥겨운 춤도 가르쳐주고… 오늘은 병원선 오는 날!
박부인 할머니가 전남 여수시 상화도 부둣가에서 병원선 의료진이 작은 보트를 타고 도착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상화도 부둣가는 수심이 낮아 전남511호처럼 큰 배는 정박할 수 없다.
“아따 솔찬히 오랜만이네~ 잉! 그간에 잘 있었는가?” 석 달 만에 다시 찾아온 병원선 의료진을 백발의 박부인(85) 할머니가 반갑게 맞는다.

전라남도 여수에서 20여km 떨어진 상화도는 보건진료소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낙도 중의 낙도로 40여명의 주민들은 병원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전남 권역 76개 도서, 7500여명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남 511호’ 병원선의 임무는 그야말로 막중하다.

상화도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이 혈압 및 혈당을 측정하며 1차 문진을 받고 있다. 상화도 주민 대부분이 혼자 지내는 노인들이라 병원선 의료진은 노인성질환 진료에 비중을 두고 있다.
상화도 앞 바다에 정박한 병원선에서 장옥자 할머니가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있다.
“할머니 제일 아픈 곳이 어디에요?” 문진표를 꺼내 든 공중보건의가 귀가 어두운 할머니에게 큰 소리로 묻지만 “시방 머라 그랬제? 거 파스나 한 뭉팅이 주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병원선 진료실의 흔한 풍경이다. 헬기가 출동해야 하는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 육지로 진료를 받으러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진통제, 감기약, 해열제 등 가정용 상비약이 낙도 주민들이 자주 찾는 품목이다.

고흥군 애도 마을회관에서 치과 전문 의료진이 마을 할머니의 치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마을회관에서는 대부분 1차 문진만 이루어진다.
전남 대부분의 섬에는 커다란 병원선이 정박할 접안시설이 없어 섬 내 마을회관에 문진 등 기초 진료를 위한 시설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문진 과정에서 추가 검사나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병원선에 딸린 작은 보트를 이용해 앞 바다에 정박한 병원선으로 환자를 이송해야 한다. 작은 보트가 몇 번 왕복하면 병원선은 이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노인들로 북적댄다.

애도 마을회관에서 박선동(93) 할아버지가 한방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어깨에 침을 맞고 있다.
전남 여수시 상화도 앞 바다에 정박한 병원선에서 박부인 할머니가 내과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전남도가 운영하는 병원선 ‘전남 511호’는 낙도 주민들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챙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마음치유 프로그램인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공연팀 이반야(27)씨가 부둣가 공터에서 할머니들에게 춤사위를 선보인다. “부채를 쫙 펴고 이렇게 사뿐히 돌아보세요.” 한국무용을 전공한 이씨의 지도에 다리가 아프다던 할머니들이 흥에 겨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애도에서 주민들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단원 이반야씨의 장단에 맞춰 흥겨운 춤판을 벌이고 있다.
상화도 주민들이 병원선 의료진의 진료를 받은 뒤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전남 여수시 상화도 윤양엽 할머니가 마을회관 앞에 앉아 헤어지는게 아쉬운 듯 의료진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와 아픈 곳을 치료해주고 흥겨운 춤도 가르쳐준 병원선이 떠나야 할 시간이 되자 할머니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그득하다. 부둣가에 나란히 서서 떠나는 병원선 식구들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자식들은 모두 육지로 떠났고 평생을 함께한 영감도 이제는 곁에 없다. 1년 200여일 바닷길을 누비는 ‘전남 511호’가 섬마을 노인들의 든든한 보호자인 셈이다.

여수=사진·글 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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