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16 조종사에게 헬멧을 건네는 공군 정비사. |
한국형 전투기(KF-X) 핵심 장비의 체계통합 기술이전 문제로 논란이 확산되면서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지도 않은 상태인 KF-X에는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내년도 예산안으로 1600여억원을 요구했으나 정부 심사 과정에서 670억원으로 삭감됐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17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으면 개발이 2~3년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개발비 문제는 군 당국으로서는 ‘발등의 불’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KF-X가 예정대로 2025년에 전력화된다 하더라도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위협에 맞설 수 있는 공군력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 2020년대 공군 전력 유지 ‘난관’
방사청은 KF-X가 4.5세대 전투기로서 레이더 탐지 저감기술(RCS)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RCS의 개념이 스텔스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RCS 중에는 엔진의 공기흡입구에 일종의 ‘가림막’을 설치해 레이더 반사면적을 줄이는 ‘레이더 클러터’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1960~70년대부터 실용화된 고전적인 기술이다.
동체에 전파흡수재(RAM)를 적용하는 등의 관련 국내 기술도 2008년에 개발된 성과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KF-X의 예상 성능에 대해 공군 예비역들과 전문가들은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는데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우리 공군은 400여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 170대 수준으로 알려진 F-4와 F-5는 도입한 지 40년이 넘은 노후 기종이다. 군 당국은 기골 보강 등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여 운용시간을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운용국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부품 수급이 어려워 정비비의 상승과 가동률 저하의 악순환을 부채질하고 있다.
F-15K 역시 부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군 내부에서는 “F-15K가 F-4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F-15K는 도입된 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도 부품 동류전용(돌려막기)이 시작됐다. F-15K 도입 5년째이던 2010년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부품 동류 전용(돌려막기)이 2007년 203개 품목에서 2008년 350개 품목으로 42% 증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훈련중인 공군 전투기 편대. |
KF-16 역시 성능 개량 사업이 영국 BAE시스템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으로 사업자가 변경되면서 최소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됐다. KF-16 성능 개량 사업은 1995~2004년까지 도입한 134대의 KF-16을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이다.
다기능위상배열(AESA)레이더를 설치하고 데이터링크와 다기능시현기(MFD), 무장체계 등 9종을 신형 장비로 2020년까지 교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자로 선정된 BAE시스템즈와 미국 정부가 리스크 관리와 사업 지연을 이유로 각각 3000억원, 5000억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해 2013년 사업자 선정이 취소됐다.
이후 미국은 성능개량 사업비로 19억1300만달러(약 2조3013억원)를 제시했는데, 이는 방사청 예산 2조511억원보다 많다. 때문에 KF-16 성능 개량 사업은 추가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군의 주력 전투기 기종들 대부분이 정비 등의 문제로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2020년대 공군전력 확충을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 ‘4.5세대’ KF-X로는 ‘전력 증강’ 어려워
전문가들과 공군 예비역들은 이같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KF-X만으로는 전력 증강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 항공 전문가는 “스텔스기인 F-35는 일본도 보유하고 있고, 중국 역시 J-20/31을 개발하고 있다. F-15는 일본도 운용하며, KF-16 역시 이와 유사한 F-2와 J-10이 각각 일본과 중국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KF-X가 등장하면 일본의 심신(心神)과 대적할 가능성이 있는데, KF-X가 심신보다 성능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공군 예비역 역시 “축구에서 중요한 게 상대 전적이다. 전력에서 항상 우위에 있어야 상대 전적에서도 우세할 수 있고, 싸워 이긴다는 자신감도 얻는다”며 “주변국보다 질적으로 우위에 있거나 특화된 전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업 타당성 논란 등으로 KF-X 개발이 10년 동안 지연되면서 100대 이상의 공군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플랜B'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투기를 해외에서 임대하는 방안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한 유로파이터. |
문제는 F-15/16의 경우 미 공군에서는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과 F-35 도입 지연 등으로 전력에 여유가 없어 해외에 임대할 여력에 없다. 따라서 유럽제 기체, 그 중에서도 유로파이터 트렌치 3의 임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방비 압박과 자국 일자리 유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럽 국가들은 유로파이터를 실전배치하고도 일부 물량을 보관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임대할 물량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유로파이터는 암람 또는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6발을 장착해 공중우세 전투를 주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미국제 기체와의 상호운용성 역시 영국과 이탈리아가 F-35를 함께 운용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공군이 북한만 상대한다면 FA-50의 추가 도입과 개량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세계 10대 군사강국에 포함되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하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0년대 한반도 상공을 지킬 공군의 전력 공백을 메울 ‘플랜B’가 시급한 시점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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