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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협상 시작부터 '삐걱'···KF-X 21개 기술이전 논란

입력 : 2015-11-24 16:40:56 수정 : 2015-11-24 16: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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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 상상도.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에 활용할 예정인 21개 기술의 이전 문제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방위사업청은 “이달 안에 미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미 록히드마틴과의 1차 협상이 방사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21개 기술이 모두 이전될 수 있는지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방사청은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탐색추적장비(IRST), 전자광학추적장비(EO TGP), 전자파방해장비(RF JAMMER) 등 4개 핵심장비의 체계통합 기술 이전을 추진했으나 미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방사청이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이전을 낙관했던 21개 기술은 4개 핵심장비의 체계통합 못지 않게 KF-X 개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개 기술 100% 이전 장담하기 어려워”

KF-X 사업을 맡게 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체계개발 계획에 따르면, 차기전투기(F-X) 사업 절충교역의 일환으로 F-35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이전받을 기술들이 KF-X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KAI는 록히드마틴의 기술이전에 레이더반사면적(RCS) 저감 설계 등의 기술을 국내 개발하고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탐색추적장비(IRST) 체계 통합은 해외기술협력을 통해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21개 기술이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비용과 개발기간의 증가를 피하기 어렵고, 이는 사업 리스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특히 21개 기술 중 적어도 2~3개는 미 정부의 수출승인(E/L)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김시철 방사청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수출 승인에 문제가 없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 21개 기술 속에는 수십개에서 300여개가 넘는 기술도 있는데 얻을 수 있는 범위를 확정하고 이행기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예정된 일정을 맞출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다”면서 “11월로 예정된 일정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마무리가 안 된 부분이 있어 섣불리 결론을 못 내리는 것이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 절충교역의 내재적 갈등 드러나

KF-X 21개 기술이전 논란은 무기 거래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절충교역의 내재적 갈등과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F-35 전투기.


냉전 종식 이후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들은 자국 수요의 감소에 따라 무기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반면 우리나라와 호주,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들은 해외 무기 도입을 지렛대 삼아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선진국에 대한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모디 인도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이다.

반면 선진국의 정부와 방산업체들은 절충교역, 자국 내 면허생산, 공동개발 등을 요구하는 신흥국 정부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기술이전이나 공동생산은 수출국에 단기적으로는 큰 위협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매출 증가와 새로운 사업 기회 확보 역할을 하는 등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래의 경쟁자’로서 매출을 떨어뜨리고 사업 기회를 무산시킬 수 있다. 기술 유출로 적성국가에 대응책을 마련해주는 결과를 낳을 위험도 있다. 무기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환경에서 이러한 요소는 선진국 정부와 방산업체에 심각한 문제다.

이같은 불신과 의혹은 선진국 정부로 하여금 “기술이전, 공동생산은 무조건 안돼!”라는 관료적인 태도를 불러온다. 이를 해결하려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해 구매국은 물론 수출국 방산업체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특히 1~2세대 전의 오래된 기술조차 이전을 통제할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해진다.


KF-X 상상도.


KF-X도 마찬가지다. 쌍발 엔진을 장착한 KF-X는 F-35보다 추력이 다소 높고 레이더탐지면적(RCS) 저감 기술 등이 적용된다.

이는 잠재적으로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F-35와 경쟁할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측에 주게 된다. 과거 일본에 델타 로켓 기술을 이전하고 F-15J의 현지 생산을 허가했다 일본의 항공우주기술 수준을 높인 결과를 초래한 미국으로서는 ‘1%의 경쟁 가능성’도 배제하려는 것이 당연하다.

반면 우리측은 F-35 도입에 따른 절충교역으로 최대한 많은 기술을 확보해야 개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입장이다. 따라서 지난 18~20일에 열린 방사청과 록히드마틴의 1차 협의가 난항을 겪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절충교역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협상 시작전부터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협상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KF-X 체계개발 계약을 앞두고도 21개 기술 중 어떤 것이 이전이 가능한지 여부도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KF-X의 행보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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