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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남북 탁구단일팀 中 꺾고 우승… 교류·협력 ‘물꼬’

관련이슈 광복·분단70년, 대한민국 다시 하나로

입력 : 2015-11-24 19:10:33 수정 : 2015-11-24 19: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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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분단 70년, 대한민국 다시 하나로] ③ 남북 체육교류·문화재 공동 발굴
1991년 4월 열린 제41회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는 남북 단일팀이 가슴에 한반도기를 달고 출전했다. 두달 전 남북은 체육회담을 통해 분단의 벽을 넘어 46년 만에 처음 손을 맞잡고 ‘코리아’라는 단일팀을 꾸리기로 전격 합의했다. 전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뉴스였다. 정치, 사상, 문화가 다른 남북팀이 한데 뭉쳐 과연 제대로 잘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하나가 되는 것부터 큰 도전이었다.


46일간 일본 지바에서 한데 모여 함께 훈련하고 생활한 남북 단일팀은 평소 각종 국제대회에서 자주 마주치기 때문에 애초 우려와는 달리 큰 이질감이나 충돌은 없었다. 총감독은 북한의 탁구 지도자인 조남풍씨가 맡았고, 여자 감독은 남한의 윤상문씨가, 남자 감독은 북한에서 맡아 훈련하고 지도했다. 특히 4월29일 열린 4단식·1복식의 여자 단체전 결승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지바대회의 압권이었다. 코리아팀은 남북이 한데 뭉친 정신적 시너지를 앞세워 ‘파이팅’을 외치며 9연패를 노리던 세계 최강 중국을 3-2로 꺾는 쾌거를 이뤄냈다. 남한의 에이스 현정화(사진), 북한의 에이스 리분희가 복식조로 나서 중국에 역전승을 거두는 모습은 지금도 가슴을 뭉클케 하는 명장면이다. 한반도기가 내걸린 시상식장에서 현정화와 리분희는 미소 속에 코르비용컵을 함께 치켜들어 올렸고, 장내는 아리랑이 울려퍼지는 감격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2005년 2월 제5회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역사적인 대회를 마친 뒤 각각 서울과 평양으로 돌아간 선수들은 24년의 세월이 흐른 이제까지 서로간에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정화(46) 한국마사회 감독은 “탁구뿐만 아니라 스포츠 종목 전반에서 남북 단일팀이 지속적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고 말았다”며 “리분희를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이뤄지지 않았다. 언젠가는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구성은 남북 체육교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일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를 계기로 1991년 6월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하는 포르투갈 세계 청소년축구대회에도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단일팀이 출전했다. 역시 8강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 두 경기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둠으로써 국민에게 희망과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정치성이 배제된 스포츠 교류는 1970년대 미국·중국 간의 ‘핑퐁 외교’에서 보듯 최고의 우호적인 접근법이다. 지금까지 남북 체육교류 협력은 스포츠가 갖는 비정치적인 성격으로 인해 정치·경제·군사·사회·문화 등 분야에 앞서 가장 우선시된 영역이기도 하다. 특히 남북 체육교류협력은 상호협력과 민족적 공동이익 추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에서도 더디기만 했던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해 왔다.

정부 차원의 남북 체육교류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동시입장을 필두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등 동시입장이 7차례나 이어졌다. 그러나 이후 냉전상태로 돌아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됐다. 민간 차원에서도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생전 당시 현대 남녀농구팀의 평양방문 및 평양 농구팀의 서울 교차방문이 성사되는 등 남북 체육교류가 봇물을 이뤘지만 이마저도 지금은 아예 중단된 상태다.

이후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위한 남북공동응원단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지만 남한 정권이 바뀌면서 이마저 무산됐고, 이후에는 국제대회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 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복 및 분단 70년을 맞은 현재까지도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체육분야 교류협력이야말로 그 돌파구를 뚫는 데 있어서 최상책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스포츠교류는 이념이나 종교, 종족 등의 갈등으로 단절된 적대관계에서도 화해와 대화의 촉매제로 강한 설득력이 있다.

또 남북체육 교류는 추진하는 수준에 따라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거나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이것이 체육교류의 강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투입예산에 비해 산출효과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정도다. 코오롱스포츠단은 지난 5월 사단법인 남북체육교류협회가 중국 난징에서 주최한 3개국 친선 양궁교류전에 참석해 북한 대표팀 선수와 처음 교류를 갖고 우정을 나눴다. 지난 9월 아시안축구연맹(EAFF) 집행위원회 참석차 방북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북한축구협회 리용근 회장을 만나 통일축구 행사 개최, 20세 이하 대표팀 합동훈련 등 남북교류를 제안했지만 북측은 즉답을 피했다.

사단법인 남북체육교류협회는 남북 축구 민간교류의 명맥을 간신히 이어오고 있다. 남북체육교류협회는 지난 8월 평양에서 열린 제2회 국제유소년(15세 이하)축구대회에 경기도 연합팀을 이끌고 출전하는 등 지원을 하고 있다. 닷새간 열린 이 평양축구대회에 참석한 코오롱스포츠단의 송승회 단장은 “평양을 처음 방문했다. 민간차원의 체육행사 교류에는 서로 간에 벽이 전혀 없었다. 그들을 이해하는 데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체육교류가 서로를 알고 분단을 해소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많은 체육단체들은 남북관계가 너무 경색된 탓에 북한과의 교류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경색 국면에 체육교류를 내세워 북한을 방문했다가 행여 불이익을 받을까봐 눈치를 보는 경우가 허다한 게 체육계의 현실이다.

체육단체 관계자들은 민간체육교류사업에 정부 차원의 행·재정적인 지원이나 장려가 절실할 뿐만 아니라 체육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 감독은 “남북 체육교류야말로 정치적이지 않아야 하고 스포츠답게 순수하고 감동적이어야 한다”며 “어렵더라도 누군가는 계속 교류를 위한 시도를 해야 문이 열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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