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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누가 시리아 소녀들을 분노케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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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2-14 15:03:57 수정 : 2015-12-14 17: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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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소녀들이 자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비난했다. 여섯 살에서 일곱 살 정도로 추정되는 소녀들은 “신이 당신을 죽일 거야”를 비롯해 격한 말을 내뱉었다. 한창 뛰놀 나이지만 순수함을 일찌감치 잃어버린 것 같아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영국 미러는 최근 시리아에서 촬영된 영상 한 편을 지난 1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세 소녀가 등장하는 영상은 “저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로 운을 띄운다.

이스턴 고우타(Eastern Ghouta)에 산다고 밝힌 로우아는 “매일 물을 길어올리며 살아가요”라며 “집까지 물통을 들어 올리느라 등이 너무 아파요”라고 하소연했다. 소녀는 “배고픔에 울부짖는 아이들이 많아요”라며 “매일 50번 이상은 물을 뜨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로우아는 “신이 있다면 바샤르를 죽여주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녀는 “같은 생활에 지쳤어요”라며 “물마저 더러워 문제가 커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썩은 빵까지 먹고 있어요”라고 소리쳤다.

로우아는 “바샤르는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해요”라며 “신이 있다면 당신을 파괴할 거야!”라고 강조했다. 소녀는 “화학무기 뉴스를 본 뒤, 곧바로 마스크를 썼어요”라며 “신이 우리를 살리셨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을 로우아는 안타까워했다.

로우아는 “여기저기 다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화학무기는 절대로 우리를 죽이지 못해요”라고 말했다.

시바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녀는 “물을 뜨기 위해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요”라고 입을 뗐다. 소녀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라며 “잠들면 영영 일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시바는 내전에 따른 폭발 흔적으로 얼룩진 도로를 가리켰다. 소녀는 “완전히 파괴된 환경은 사람들을 울리고 있어요”라며 “여러분도 이 길을 걷는다면 분명 넘어질 거에요”라고 덧붙였다.

소녀들의 눈은 맑았다. 그러나 입은 거칠었다. 누군가 시켰다고 생각할 만큼 소녀들의 표정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바샤르 대통령을 향한 이들의 분노는 확실했다.



“바샤르! 당신은 죽을 거야. 우리가 이길 거라고!”

카메라 앞에서 터진 소녀들의 분노는 현재 시리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짐작하게 한다.

한편 유엔(UN) 현장 조사단이 시리아 내전에서 쓰인 화학무기 공격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조만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소녀들의 분노가 조금이나마 사그라질 수 있을까?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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