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임을 알리는 '출산 마크'(일본) |
이에 '사회에서 정말 배려를 받을 수 있나?'란 의문을 가진 '마이나비 우먼' 기자가 설문업체 크리에이티브 서베이에 의뢰해 여성 310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거리로 나가 임신부들의 경험담을 들었다.
결과 임신부 대부분은 "기쁜 일이 많아 행복했다"고 말했다.
▲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양보받았어요"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무직 여성 A씨(29)는 "어르신들과 심지어 깁스를 한 분이 양보해 오히려 미안했다"며 "처음 겪는 일에 어리둥절했지만 시민들의 따뜻한 배려에 내심 기뻤다"고 말했다. 다른 임신부들 역시 "대부분 자리를 양보 받았다"는 응답과 함께 "배려에 고마웠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또 줄을 서지 않고 먼저 들어가거나 실내에서 배려석이 아니더라도 자리를 양보받았다고 한다.
▲ "무거운 짐은 주변에서 도와줬어요"
전업주부 B씨(35)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점원이 달려와 장바구니를 들어줬고 쇼핑이 후에도 멀리까지 짐을 들어줬다"는 경험담을 말했다. 사회복지사인 C씨(32)는 "나이 많은 할머니께서 짐을 들어주겠다고 말해 진땀을 흘렸다"며 "짐은 점원이 들어 줬지만 쇼핑하는 동안 할머니로부터 조심해야 할 것 등 유익한 경험담을 들었다. 남을 위한 일만 하다 이런 배려를 받아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마트나 쇼핑몰 등에서 점원이 임신부를 위해 물건을 대신 골라주거나 짐을 들어주고 일부는 별도의 비용 없이 집까지 배송해준다고 한다.
▲ "먼저 다가와 불편한지 물어봤어요"
사무직 여성 D씨(29)는 여름철 식당에 들어가자 점원이 "에어컨이 춥지 않냐"고 물어봤다. D씨는 에어컨을 온도를 높이면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괜찮다"고 말했지만 점원은 "추우면 말하라며 무릎담요를 가져다 줬다"고 했다. 관공서에 일하는 E씨(29)는 "길게 줄이 늘어섰는데 식당과 사람들의 배려로 기다리지 않고 먼저 들어갔다"며 "더운 날씨에 밖에서 오래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다"는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공공시설 역시 마찬가지로 임신에 관한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을 찾은 F씨(31)세는 "임신 초기였지만 도서관 사서가 임신부임을 알아채고는 임신과 관련한 책을 추천하며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길 바란다는 따뜻한 말도 잊지 않았다"며 큰 만족감을 보였다.
임신부들은 시민들이 '먼저 권유하고 불편함이 없나 물어봤다'고 입을 모았다.
위 사례는 임신부 모두에 해당한 것이 아니며 일부는 나쁜 일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분명했다. 이는 일본의 남을 배려문화가 만들어낸 시민의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밖에도 일본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은 임신부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출산장려정책으로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단축근무제, 출산보조금(산후조리원 비용 등), 양육비, 제왕절개 수술비 지원, 유아 병원비 무료, 분유.기저귀 2년 지원, 보육비지원 및 자녀양육을 지역사회가 지원하고 있으며 심지어 아기 카시트 구입비도 지원한다.
임신부터 출산·육아에 관한 정보가 준비되어 있다. 이에 인터넷 등을 찾지 않아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출산육아일시금`이 있다. 이에 일본에서는 출산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아이 병원비가 무료다. |
회원수가 237만명에 달하는 인터넷 임신·육아 정보 카페 ‘맘스홀릭베이비’가 ‘임신부의 날’ 배려 캠페인의 일환으로 모집한 사연을 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임신부들의 고충이 드러난다. 만삭의 임신부가 지하철에 탔는데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다는 사연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며 실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신부 2700여명 중 임신 중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가량인 58.3%에 불과했다. 또 언론에서도 임신부 배려석을 두고 이용이 어렵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등에는 직장 내 차별로 임신과 동시에 퇴사를 종용받았다는 사연을 시작으로 “임신이 벼슬인 줄 안다. 임신했다고 무슨 혜택을 보려는 맘충(엄마벌레)들” 등 임신부에 대한 배려 자체에 반감을 갖고 있는 듯한 과격한 의견도 있었다.
임신부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부족한 이유는 대부분 임신부를 잘 알아보지 못하거나, 그들의 어려움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부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도 필요하다. 하지만 임신부들은 배려등 양보해 달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며 복지부에서 배포한 임신부 배려 앰블럼이 부착된 가방고리와 카드지갑이 있지만 그걸 달고 있어도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러한 인식부족의 결과 임신부에 대한 배려와 도움은 한정돼 있다. 또 정부의 출산장려정책도 일본과 프랑스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8월 31일~9월 13일 인터넷 커뮤니티 '아가사랑'과 '맘스다이어리'에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임신부들이 스스로 평가한 한국 사회의 임신부 배려 수준이 낙제점이나 다름없는 100점 만점 중 43점으로 나타났다. 임산부 10명 중 4명은 임산부로 배려를 받은 경험이 없었다. 임산부 배려를 위한 정책으로는 '일과 가정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설문조사에는 임산부 2767명과 일반인 5764명이 참여했다.
임신부들이 스스로 평가한 한국 사회의 임신부 배려 수준은 낙제점이었다. |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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